AI 파일럿, 미래 전장 책임질
‘게임체인저’로…새 패러다임
KAI, 2030년 완전 자율 목표
영화 ‘탑건: 매버릭’에서 파일럿이 전투기를 모는 시대는 끝났다는 상사의 말에 조종사인 주인공 매버릭은 “언젠가는 그럴지 모르지만, 오늘은 아니다(Maybe so, Sir. But not today)”는 말을 남기고 문밖을 나선다.
미래 전장의 승패를 가를 ‘게임체인저’로 인공지능(AI) 파일럿이 떠오르면서 전 세계 주요 각국이 기술 개발 확보에 한창이다. 매버릭의 당찬 각오와 달리 AI 파일럿은 기술적 한계를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는 지난달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AI Pilot 무인전투기 개발 어디까지 왔나!’ 국회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정책토론회에서 산ㆍ학ㆍ연 전문가들은 미래 전장에서 핵심 무기체계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AI 파일럿 기반 무인 비행체의 기술개발 현황을 공유했다.
AI는 군사 분야에서 아군의 위험을 줄이고 전투 효율성을 높이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무인 전투기 개발은 단순 무기 체계의 혁신을 넘어 국방비 절감, 병력 보호, 효율적인 전투 수행을 목표로 한다. 이미 미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호주, 스웨덴 등 주요 국가들이 AI 파일럿 기술확보 경쟁에 돌입했다.
‘K-AI Pilot 개발 현황 및 전망’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임성신 KAI 인공지능ㆍ소프트웨어 연구실장은 “그동안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AI 모델의 군사적 활용을 철저히 금지했으나 최근 국방ㆍ안보 분야 사용을 허가하기 시작했다”며 “이 같은 변화는 중국과의 패권 경쟁 등 AI 기술의 국방 분야 도입이 가속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미국은 미국공군연구소,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주도로 자율 임무 수행이 가능한 AI 파일럿 기술을 개발, 올해부터 전투기(F-16 Viper)에 AI를 탑재해 실증에 착수했다. 아울러 협업 전투기(Collaborative Combat Aircraft) 프로그램의 1단계 사업(Increment 1)을 진행 중이다. 내년 2단계 사업이 해외업체의 참여와 수출 버전 개발을 목표로 한 만큼 KAI도 참여를 고려 중이다.
KAI는 2030년 완전 자율형 AI 파일럿 전투 체계 개발을 목표로 첨단 기술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KAI는 올해 1단계 상용드론 실증, 내년 2단계 다목적 무인기(AAP) 축소기 실증 등 2026년까지 초기 자율 비행 체계를 완성할 방침이다. 2027년 유무인 편대 비행, 자동표적식별ㆍ회피비행 등 반자율 편대 비행 실증에 돌입한다. 이를 위해 초음속 다목적 전투기인 FA-50에 AI PILOT을 탑재해 실증에 나설 계획이다. 2030년 자율 제어 수준(ACL) 7단계를 목표로 완전 자율 유무인ㆍ무인 협업 체계를 개발한다.
임 연구실장은 “현재는 반지능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데 AI 발전이나 군 운용 개념 변경, 기술 진보에 따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라며 “AI 기술을 이용해 다양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적을 제압할 수 있는 압도적인 우위 전략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대한민국 공군이 하루빨리 무인 전투기를 도입해 전력화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이상 한성대 기계전자공학부 교수는 “AI 파일럿 기술 개발을 준비하고 있지만, 방위사업 추진 과정은 수요 창출에서 전력화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특성이 있다”며 “완벽한 기술이나 조건을 기다리기보다 일단 초기 버전을 도입해 시험하고 상용화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