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 마지막 소위 예정이지만 심의 대상 될지는 미정…또 해 넘길까 우려
5년 뒤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10년 내 다수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임시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에 따른 원전 가동 중단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해결책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건설하기 위해선 국민 수용성을 올리는 것이 우선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첫걸음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 제정이다. 하지만 10년을 이어온 고준위 특별법 제정 시도는 22대 국회에서도 여야 간 갈등에 미뤄지며 해를 넘길 것이라는 우려다.
1일 원자력 산업계에 따르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원자력 발전을 하면 필연적으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말한다. 일정 기간 높은 열과 방사능을 배출하기 때문에 밀폐공간에서 관리해야 한다.
원전에서 사용한 방호용품이나 기자재·부품 등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2015년부터 운영에 들어간 경주 방폐장으로 이송해 관리하고 있지만, 아직 고준위 방폐장 부지선정 절차조차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고준위 방폐장이 없다 보니 원전의 필연적인 부산물인 고준위 방폐물은 원전 내에 쌓이고 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한울 2031년, 고리 2032년 등 순차적으로 임시 저장 시설도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월성(2037년), 신월성(2042년), 새울(2066년) 등의 원전에서도 부지 내 핵폐기물을 임시 저장할 수 있는 기한이 정해져 있다.
고준위 방폐장 설립을 위한 노력은 긴 시간 이어졌지만, 결실은 맺지 못했다. 특히 특별법 제정 시도는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2015년)·문재인(2021년) 정부에서 두 차례 실시한 공론화에 참여한 6만1000명의 전문가, 지역 주민, 일반 국민은 고준위 방폐물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정부에 권고했다.
20대 국회에서 정부(2016년)와 우원식 의원(2018년)이 고준위 방폐물관리 특별법, 신창현 의원(2016년)이 중간저장시설 부지선정법을 발의했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자동폐기되고 말았다.
21대 국회 들어서도 고준위 특별법안 3건과 방사성폐기물관리법 전부개정안 등 총 4건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22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에 대한 첫 논의가 시작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서 논의가 이뤄졌지만 축조심사에 대부분 시간을 들이며 마무리됐다. 9일 올해 마지막 소위가 열릴 예정이지만 수많은 법안이 산적해 고준위 특별법안이 심의 대상이 될지도 미지수다.
정치권에선 결국 올해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또다시 해를 넘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올해 처음으로 논의가 시작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21대에서도 여야 간 갈등으로 폐기됐는데, 올해도 여야 견해차에 비슷한 상황을 겪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원자력 산업계와 학회 등은 22대 국회가 협치와 합의로 고준위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노백식 한국원자력산업협회 회장은 최근 성명을 내고 “고준위특별법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하고 책임 있는 관리 체계 확립을 통해 원자력 산업의 신뢰를 구축하고 미래 세대에 부담을 넘기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원전 산업계 최대 현안 중 하나”라며 “22대 국회 여야가 협치와 합의의 정신으로 고준위특별법을 통과시켜 주길 422개 회원사 16만 종사자는 모두 바란다”고 말했다.
방사성폐기물학회 역시 성명을 통해 “반세기 동안 이어져 온 고준위방폐물 입법불비(立法不備)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22대 국회에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별법은 고준위방폐물로부터 우리 국민과 후손의 건강과 환경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률이고, 주권자인 우리 국민은 헌법을 통해 기본권 보장을 위한 입법 권한과 의무를 국회에 부여했다”며 “이제 공은 22대 국회에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