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창업자 장중머우가 과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에게 자신의 후임으로 TSMC를 이끌어 달라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1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장 창업자는 최근 출간한 자서전에서 이같이 회고했다. 그는 2013년 자신의 뒤를 이을 후임 CEO를 물색하던 중 젠슨 황이 적임자라고 판단해 자리를 제안했다.
장 창업자는 당시 황 CEO에게 "약 10분에 걸쳐서 내가 가진 TSMC에 대한 깊은 기대를 자세히 설명했다"고 적었다.
당시 이미 엔비디아를 키우는 일에 주력하고 있던 황 CEO는 곧바로 "난 이미 일이 있다"며 제안을 거절했다.
장 창업자는 거절을 당한 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몇 주 뒤에 다시 제안했으나 황 CEO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자서전에서 "젠슨이 내게 한 대답은 솔직한 것이었다. 그에겐 이미 할 일이 있었다"면서 "그 일은 엔비디아를 11년 뒤인 오늘의 모습으로 성장시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엔비디아에 자서전 내용을 질의했지만, 즉시 답을 내놓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현재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두 기업의 창립자인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깊은 우정을 이어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서로를 공개적으로 칭찬해왔다. 황 CEO는 엔비디아의 성공에 장 창업자의 공로가 컸다고 밝힌 바 있다.
장 창업자는 이번 회고록에서 20년 넘게 이어져 온 황 CEO와의 이런 우정을 회고했다. 자서전에 따르면 TSMC는 1998년 엔비디아가 인력난에 시달릴 때 직접 생산 인력 두 명을 보내는 등 도움을 줬다. 이후 황 CEO는 엔비디아가 제조 파트너를 결정할 때 TSMC가 선정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이에 보답했다.
한편 장 창업자는 이번 자서전에서 1980년대에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 측에 당시 아직 신생 기업이었던 TSMC에 대한 투자를 부탁했으나 거절당한 일화도 밝혔다. 고든 무어 당시 인텔 CEO에게 이같이 부탁했다가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당시 TSMC에 투자를 거부했던 인텔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은 최신 노트북 반도체 생산을 TSMC에 맡기는 최대 고객사 중 하나가 됐다고 로이터는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