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1기 신도시 재건축… ‘재초환’ 폐지에 사업성 달렸다

입력 2024-12-0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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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1기 신도시 재건축을 먼저 진행할 선도지구 단지가 베일을 벗으며 단지별 분담금이 사업의 원활한 진행 여부를 좌우할 문제로 떠올랐다. 공공기여를 둘러싼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부 단지들이 수억 원에 달하는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쳐서다. 여기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라 조합원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안건으로 오른 ‘재초환 폐지법’이 여야 반대로 인해 계속 심사 상태로 계류됐다. 이견을 최대한 좁히기 위해 본회의 행을 미루기로 한 셈이다.

재초환은 재건축사업을 통해 조합원이 얻은 이익에서 가격 상승분과 건축비 등을 뺀 초과이익이 8000만 원 이상일 경우 세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계속된 유예와 시행의 반복으로 지금껏 실제 부담금을 지급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재초환법은 지난해 개정돼 올해 3월 27일 재시행됐다. 재건축부담금이 면제되는 초과이익(면제금액)이 3000만 원에서 8000만 원, 부과율이 결정되는 부과구간의 단위는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각각 확대됐다. 20년 이상 장기보유한 1가구 1주택자는 부담금을 최대 70% 감경해준다.

국토위 심사자료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재건축 부담금 부과 예상 단지는 전국 68개 단지, 평균 부과 예상 금액은 1억5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이 31개 단지로 가장 많다. 평균 금액은 약 1억6000만 원 수준으로, 부담금이 1억 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하는 단지만 20개에 가깝다. 가장 많은 금액이 예상되는 단지는 1인당 4억5000만 원, 적은 곳은 10만 원 정도로 편차가 컸다.

그다음으로 재건축 부담금 부과 가능성이 큰 단지가 밀집한 지역은 경기다. 총 14개 단지의 1인당 평균 재건축 부담금은 5700만 원, 부과 예상액이 가장 높은 단지는 2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어 대구(11곳) 부산(3곳) 인천·대전·경남·광주(2곳) 제주(1곳) 등 순이다.

재초환법 개정안은 시행일로부터 5개월 내(8월 27일) 시행돼야 했지만 아직 실제로 부과된 단지는 없다. 정부와 여당은 폐지를, 야당은 유지를 주장하며 상반된 입장을 표하고 있어서다.

국토부는 재초환의 구조적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왔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현 부동산 시장에서 재초환은 맞지 않는 옷”이라며 “폐지에 따른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별도의 보완 장치를 마련하는 데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야당은 올해 재시행 돼 아직 실제 부담금 부과 사례도 나오지 않은 재초환법을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이에 재초환 적용 대상 아파트도 눈치싸움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강남권 부담금 부과 1호 아파트로 꼽힌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반포현대 재건축)이 가장 큰 예시다. 2021년 준공된 이 단지는 올 7월 서초구청으로부터 재건축 부담금 부과를 위한 공사비·조합사업비 변동 자료 등의 제출 요구를 받았으나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수금 산정 시 공제하는 정상주택 가격 상승분은 주택 가액의 정기예금이자율이나 평균 주택가격상승률 가운데 높은 것이 적용된다. 이때 평균 주택가격상승률은 부동산원 자료를 바탕으로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되는 값이다.

▲재건축 중인 아파트 공사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재건축 중인 아파트 공사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2017년 6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약 4년 동안 125회에 걸쳐 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서울·인천·경기의 매매·전세 가격 변동률이 조작됐음이 알려지며 조합 반발이 커졌다. 부동산원의 통계에 대한 신빙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산정된 부담금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은평구 연희빌라 또한 부담금 산정 방식에 반기를 들었다. 통상 부담금은 준공인가 당시 매매가격에서 재건축 개시 시점(조합설립 승인일) 집값과 정상주택 가격 상승분, 개발비용을 빼는 방식으로 계산한다. 충분한 거래사례가 없는 상태에서 부담금을 산정하면 잘못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연희빌라 은근엔 주택가격 산정의 기준이 되는 거래가 거의 없고 유사한 가격대를 형성한 단지 사례도 부족해서다.

업계에선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재건축 시장에 재초환법 시행은 더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지난달 말 1기 신도시 선도지구가 발표됨에 따라 이 같은 우려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조합원이 추가로 내야 하는 비용이 재건축의 핵심 열쇠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비사업 사업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필요한 상황인데도 재초환법 시행은 곧 공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연구소장은 “조합원별 순이익을 산정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분담금 비율을 정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하는데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법률안 개정을 통해 교통정리 해줘야 하는 사항이 다 조합 몫으로 전가됐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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