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서민잡는 ‘아니면 말고’식 대출규제

입력 2024-12-02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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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헌 부동산부장

가계부채 누르려 전방위 문턱높여
월세시장 전가돼 서민피해만 커져
상환능력 있는 실수요자 걸러내야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를 이유로 각종 대출 규제에 나서고 있다. 겉보기에는 각 은행이 대출을 자율적으로 관리하라는 모양새지만 사실상 대출 총량제가 실시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방위적 대출 규제를 실시하니 드디어 집값은 잡히고 있다. 지난 달 17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27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고 2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무서운 줄 모르고 오르던 서울 강남3구의 집값 역시 상승세가 크게 꺾였다. 서울이 이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상황이 더 안 좋은 지방은 하락폭이 더 커졌다.

올해 경기 상황과 달리 수도권 집값이 치솟으며 부동산 시장의 안정이 필요했다는 점에서 대출 규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모든 정책이 그렇듯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심한 운용이 요구된다. 특히 부동산 시장은 이제까지 내놓는 정책마다 뜻하지 않은 풍선효과를 불러왔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이미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대출 수요가 보험사와 카드사 등 2금융권으로 옮겨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9월 말 기준 보험회사의 가계대출은 전분기보다 8000억 원 늘었는데 이 중 4000억 원은 주택담보대출에서 증가했다는 것이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다. 이에 부랴부랴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부풀어오른 다른 한쪽도 마저 누르겠다며 2금융권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2금융권을 막으면 이 수요는 또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날 것이 불보듯 뻔하다.

당장 정치권이나 언론의 포화를 피하기 위해 무작정 금융회사들의 목을 조르며 ‘두더지 잡기’만 하는 건 정답이 되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나 알 것이다. 실제 가계부채만 보고 따라가기식 정책을 만들다 보니 겨우 1~2달 사이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월세시장이다. 대출규제로 집 사기가 어려워지고 전세대출마저 막히면서 이 수요는 월세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월세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한 결과다. 한국부동산원과 KB부동산의 10월 서울 아파트 월세 지수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제까지 여러 정부가 다양한 방식으로 돈줄을 죄어 수요를 제어하는 정책을 사용한 바 있다. 단기적으로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는 떨어지고 여러 부작용만 남는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내 집 마련 꿈을 키워온 이들은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잔금을 못 치를까 봐 불안해서 잠이 안 온다”고 하소연하는 것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주택담보대출은 사실상 내 집을 마련하는 사람들의 버팀목이 되어 왔다. 사회적으로 자가주택을 늘리는 것은 자아실현이나 행복추구권에도 부합한다. 선진국들도 자가 소유를 늘리는 것을 주택 정책의 목표로 삼고 상환능력이 인정되는 경우 주택가격의 90~120%까지도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여 자가 주택보유율을 높이려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지만 한국에선 집값의 40~50%만 대출해 주면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과거 일본은 집값이 오를 것까지 감안해 120%까지 대출해 주기도 했다.

정부는 대출시장을 시장경제에 맡기고 은행과 소비자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특히 최근처럼 두더지 잡기 식의 정책 운용은 혼란만 키울 뿐이다. 정부 정책이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해야만 국민들은 미리 대비하고 대응할 수 있다.

경제의 건전성을 위해 가계 부채 증가세를 억제할 필요는 있지만, 무자비한 대출 규제로 인한 피해가 서민들에게 전가돼서는 안 된다. 상환능력이 있는 실수요자가 더 안 좋은 주거환경으로 몰리거나,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정책적 부작용이 발생하기 전에 보다 세심하고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car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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