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 황사에 묻어온 ‘권력의 그림자’

입력 2024-12-02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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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보르헤스는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소설가이다. 그는 중국의 백과사전에서 보았다며 이상한 동물 분류법을 나열했다. △황제에게 속하는 것 △향기로운 것 △길들여진 것 △식용 젖먹이 돼지 △인어 … △신화에 나오는 것 △풀려나 싸대는 개 △지금의 분류에 포함된 것 △미친 듯이 나부대는 것 △수없이 많은 것 △아주 가느다란 낙타털 붓으로 그린 것 △기타 △방금 항아리를 깨뜨린 것 △멀리 파리처럼 보이는 것.

린네의 생물분류에 익숙한 우리는 보르헤스의 분류법에 잠시 당황하다 웃음 짓지만, 철학자 푸코는 ‘말과 사물’에서 이 분류를 언급하며 말의 권력을 포착했다. 실제로 말에는 권력이 있으며 우리 언어도 예외는 아니다.

봄철 미세먼지의 주범은 황사

엉터리 분류로 책임을 희석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 홈페이지는 “미세먼지는 지름 10μm 이하의 유해 물질로 구성된 아주 작은 물질이며 황사는 미세한 모래 먼지로 대기 중으로 날아와 아래로 내려오는 흙먼지”라고 구별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황사가 미세먼지에 속하는지 아닌지 구별이 불명확하다. 크기에 따라 먼지를 나눴으면 황사도 동일 기준을 따라야 한다. 갑자기 먼지의 발생원에 따라 황사를 설명하면 혼란스럽다. 담당 기관에 물어보고 여러 자료를 찾아보면 황사는 10μm 이하의 미세먼지에 포함되며 일부 황사는 이보다 큰 입자도 있다고 한다.

추측건대 사대주의가 황사 바람을 타고 왔다. 중국이나 몽골 사막에서 날아오는 황사가 미세먼지에 포함됨에도 대륙의 눈치를 보고 있다. 미세먼지를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는 계절은 황사가 발생하는 봄철이니 둘의 관계는 명약관화하다. 과학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2022년 6월 22일에 한국인 저자들은 황사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인식하는 한국민을 꼬집고 있다.

해당 글은 매년 봄철에 미세먼지가 높아지는 그래프를 삽입했지만 일자별 미세농도를 보여주지 않으니 필자도 더 이상 반박하기 어려웠다. 황사에 물든 어휘 대신 진실을 밝히려 필자는 2024년도 일자별 미세농도와 황사를 확인하기로 했다. 미세먼지와 황사는 환경관리공단과 기상청에서 관측하고 관리한다. 황사는 인공위성으로 촬영되므로 기상청에 할당된 듯하다.

환경관리공단은 미세농도를 한반도의 여러 지역에서 측정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1년 범위는 아니지만 특정 일자 전후 2달간의 이력자료도 얻을 수 있다. 기상청은 황사를 각 지역에 설치된 측정기에서 빛을 쏘아 산란 정도로 계산하고 홈페이지에서 발표한다. 황사의 이력 자료는 더 짧아 특정 일자 전후 6일간의 관측 자료를 얻을 수 있다. 결국 손발이 고생하면 1년간 관측자료를 만들 수 있다.

2024년도 1월부터 11월까지 미세먼지와 황사의 농도를 그래프로 그려보았다. 봄철에 미세농도가 높음을 바로 알 수 있다.<사진> 올해는 3월 29일과 4월 17일에 미세먼지와 황사가 모두 높았다. 황사가 미세먼지의 주범임을 바로 알 수 있다.

황사가 미세먼지를 가중시킨다고 황사에 대해 중국이나 몽고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태풍 같은 자연현상이 특정 국가의 책임일 수는 없다. 문을 꼭 닫아도 아침이면 틈 사이로 들어온 미세먼지가 방바닥에 쌓이는 아랍에미리트(UAE) 사막에서 한 달간 근무하면서 사막 거주민보다 우리가 미세먼지에 민감하다는 생각도 했다.

미세먼지의 70% 정도는 국내서 발생

먼지가 환경 기준을 넘으며 사람들은 불평하기 시작한다. 황사가 날아오면 미세먼지도 기준치를 초과하니 사람들은 황사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인식하기 쉽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보면 미세먼지의 70% 정도는 국내에서 발생하고 30% 정도가 황사에서 기인한다. 70%도 좀 더 살펴보면 국내 석탄 화력이나 도로의 차량에서 나온다. 물론 중국의 동해안 공장이나 발전소에서 날아오는 오염 물질도 있는 듯하다. 기준을 초과하지 않는 먼지는 사람들은 잊고 산다.

과학에는 권력이 거의 없지만 사실을 왜곡하여 권력을 유지하려는 세력은 있다. 과학이 지닌 유일한 권력은 진실에 말하는 권력이며 타인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과학적 사실을 활용하는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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