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상담소] 청소로 시작하는 하루

입력 2024-12-02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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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장·임상사회사업가

나는 10년 전에 산티아고 순례길 850km를 걸었다. 개인적으로 참담한 일을 겪은 후에 수개월 동안 자살 충동에 시달렸는데, 죽기 전에 세상 끝까지 가보고 싶었다. 관계 때문에 고통스러웠으므로 한국이 싫었다. 한국 사람이 (전혀) 없는 곳에 가고 싶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역만리 순례길 위에 한국 사람이 너무 많았다. 어딜 가나 한국어가 들려올 정도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한국 사람은 자국 사람인 스페인 사람 다음으로 많았다. 이 순례길이 뭐라고 이다지도 많이들 오나, 싶었다. 어딜 가나 외국인 순례객들이 물었다. “한국 사람, 왜 이렇게 많이 오니?” 이런 질문 받을 때마다 적당한 답변을 찾지 못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한국인은 유독 튀었다. 옆동네 마실나온 듯 슬리퍼를 끌며 설렁설렁 걷던 유럽인과는 조금 달랐다. 일하듯 성실하게 걸었다. 그리고 한국인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트레킹 용품으로 완벽하게 꾸미고 왔다. 그때 느꼈다. ‘아, 한국인은 정말 있어 보이고 싶어하는구나! 그리고 대충을 싫어하고 시작하면 끝장을 보려고 하는구나!’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전 세계인이 추구하는 가치는 ‘위로와 평화’인데, 한국인은 일하듯(워커홀릭), 정복하듯 걷는달까.

그렇다. 한국인은 자기돌봄(self-care)마저 도전하는 과업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쉽게 시작하지 못한다. 자기돌봄 활동도 남들 보기에 ‘조금이라도 있어 보여야’ 하니까. 그리고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느낌을 스스로 느끼고 타인도 느껴야 하니까. 하지만 자기돌봄이야말로 타인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아무리 쉽고 하찮아 보여도 내 마음만 평화로우면 된다. 오히려 쉽고 하찮아야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청소를 매일 실천하는 자기돌봄 활동으로 선택했다. 매일 새벽 6시 30분부터, 약 30분 동안 거실과 안방을 빗자루로 쓴다. 휴지를 줍고 먼지를 쓸고 얼룩을 지우면서 어지러운 마음도 함께 정리한다. 그리 있어 보이는 활동은 아니지만, 나처럼 청소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어려운 과업이면서, 다른 어떤 활동보다도 효과가 크다. 멋있는 자기돌봄 활동을 생각하시는가? 아니다. ‘지금 당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활동을 찾으시라. 그리고 실천하시라.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장·임상사회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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