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의 핵심계열사인 LS전선은 지난해 미국 최대 전선업체 수페리어 에식스(Superior Essex)를 인수해 세계 3대 전선업체로 도약했다. 수페리어 에식스의 인수는 LS그룹 전반에 ‘큰일 한번 내보자’는 자신감을 갖게 만든 사건이었다.
LS그룹은 지난해 약 9500억원를 투자해 수페리어 에식스 인수를 비롯해 올해까지 7개의 크고 작은 기업을 인수하면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LS그룹은 지난 2003년 LG그룹에서의 계열 분리 당시 매출 7조3500억원, 영업이익 3480억원이었지만 지난해 매출 19조원, 영업이익 1조2000억원으로 재계 15위권 기업으로 성장했다.
◆인수 자금 상환 부담 크지 않을 듯
급속한 성장을 이뤘지만 이 때문에 올 초 재계에서는 글로벌 경기침체기 속에 수페리어 에식스 인수가 LS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증권가에서도 우호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는 등 상황이 반전됐다.
인수에 사용된 은행권 대출 4억 달러 중에서 지난 2월에 1억1000만달러를 조기상환했고, 남은 2억9000만 달러는 약4300억원으로 평가되는 군포부지가 유동화되면 상환이 가능한 범위이라는 것이다. 또 LS전선의 보유현금도 4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돼 단기 유동성 문제는 없을 전망이 나온다.
푸르덴셜투자증권 김강오 연구원은 “연기금 등 재무적 투자자가 출자한 1억7000만 달러는 만기가 6년이고, 그 기간 동안 재상장을 통해 상환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차입금 상환에 따른 단기 자금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유동성 우려가 사라진 자리에는 그린 비즈니스라는 패러다임이 자라고 있다. LS그룹 관계자는 “세계 경제가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불황조짐이 뚜렷한 지금이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다”면서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일부 사업에 대한 투자확대를 통해 사업을 안정화시키고, 글로벌 사업경쟁력 확보에 지속적인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S그룹이 각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 만족하지 않고,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유관사업과 신규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사업구조를 질적인 면이나 양적인 면에서 탄탄한 기반을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룹차원에서 신사업 분야와 R&D 설비투자, 해외네트워크 구축 등에 많은 자원을 집중하고 있으며, 무선 LAN, RFID 등 유비쿼터스 통신 및 네트워크 기술분야와 2차 전지소재,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분야를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LS는 신재생 및 친환경에너지 분야를 미래 성장을 이끌 핵심사업으로 설정,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를 하고 있는데 하이브리드 및 수소연료전지 차량 등 미래형 자동차의 핵심부품 뿐만 아니라 태양광 발전시스템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LS전선이 풍력발전용 전선을 국내 처음으로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수입대체효과는 물론 이 분야 글로벌 시장개척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또 LS그룹은 지능형 송전 운영 솔루션 등 에너지 효율을 높여주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지능형 전력망)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한국 녹색성장사업 주도 할 것
LS그룹의 맏형격인 LS전선은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해저케이블과 초전도케이블 사업의 확대, FTTH(Fiber to the Home, 광가입자망) 및 HFC(Hybrid Fiber & Coax, 초고속 유선망 통신) 사업 등의 조기 안정화를 위해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LS산전은 1986년 국내 최초로 태양광 발전사업을 시작한 ‘태양광 발전의 원조’로, 2007년에는 20년간의 노하우를 통해 인천국제공항에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설치했고, 현재 청주공장에 연간 40MW 규모의 태양광 모듈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특히 LS산전은 지능형 전력망으로 불리는 ‘스마트 그리드’ 분야의 대표주자로, 제주도에 건설 계획인 한국형 스마트 그리드 시범단지 조성사업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LS산전은 최근 한국스마트그리드 협회를 설립해 LS그룹의 그린비즈니스뿐만 아니라 한국의 녹색성장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또 LS산전은 전자태그(RFID), 전력용 반도체 모듈 및 미래형자동차인 전기자동차용 전장부품 등 신사업 비중을 현재 1% 미만에서 2015년에는 30% 이상 수준으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국내 유일의 동제련 회사인 LS-니꼬동제련은 2004년 페루 마르코나 동광산 지분 15%를 인수한 이후 콘데스타블(7.3%), 리오블랑코(10%), 볼레오(8%) 광산 투자 등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모멘텀을 찾고 있으며, 최근에는 자원재생사업을 신사업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LS엠트론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와 풍력발전설비 등에 사용되는 차세대 에너지 저장장치인 울트라 캐패시터(UC, Ultra-Capacitor)의 사업성장에도 큰 기대를 하고 있다. LS엠트론은 특수 동박 및 FCCL(Flexible Copper Clad Laminate, 연성회로기판) 사업 등의 조기 안정화를 위해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LS의 에너지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E1은 친환경에너지인 LPG산업의 활로 모색을 위해 인도네시아 등 해외시장 개척하고 있으며, 신재생 에너지분야에도 다각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더불어 LS는 이미 진출한 해외사업의 안정화와 수익창출을 통해 글로벌 경영을 가속화하고, 중국, 베트남, 인도, 러시아, 유럽을 잇는 네트워크 완성을 통해 글로벌 리더십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LS그룹 구자홍 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우리의 주력사업 대부분이 ‘녹색 산업’과 연관성이 높아, 그린비즈니스라는 새 패러다임이 LS그룹에 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각 계열사의 핵심 사업 집중과 그룹차원의 수평적 협력관계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글로벌 리더십을 확대하려는 LS그룹의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