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조선은행이 발간한 ‘경제연감’에 수록된 ‘전환기의 한국경제전망 제1부’에 수록된 문구다. 1950년 ‘한국은행법’이 공표되기 직전에 나온 보고서다. 해당 자료는 한은이 창립된 이후 생산한 주요 문서 및 발간물 1만여 건을 일반 국민도 인터넷상에서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구축한 ‘한국은행 디지털 아카이브’에 수록돼 있다.
한국 경제는 ‘불확실성’이란 터널 진입을 앞두고 있다. 4년 만에 다시 마주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향후 행보는 오리무중이다. 과거 경험치에 의지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경제주체들 모두 ‘전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각종 매체를 통해 숱한 전망과 분석이 쏟아지지만 여느 때보다 중앙은행인 한은의 경제진단에 관심이 크다. 쏟아지는 정보 속에 휘청이지 않을 나침반과 같은 기준이 간절한 것이다.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사그라지지 않는 한 한은의 경제전망, 통계 역할과 적확성은 2025년 한 해 뿐만 아니라 앞으로 줄곧 최대 관심사가 될 것이다. 중앙은행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70여 년 전 사료(史料)에서 ‘솔직하게 파악한다’라는 표현으로 그 기준을 말해준 듯 하다.
‘저성장 국면’ 우려가 커지면서 경제 나침반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을 때 현실을 직시한 분석(전망)과 그 결과(통계)는 더욱 솔직해야 한다. 전망과 통계는 신뢰를 잃으면 한낱 숫자에 불과해진다. 올해 3분기 GDP가 전망(0.5%)과 다른 0.1%로 나온 것을 두고 ‘전망의 실패’만 논할 것이 아니라 한은의 통계가 오염되지 않았다는 관점으로 해석할 필요도 있다. 전망의 오차를 감추지 않고 솔직한 숫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통계 신뢰에 대한 중요성은 재차 강조해도 모자라다. 여기에 사료의 표현을 빌려서 더하면 경제 진단의 전망과 통계는 솔직해야 한다. 그래야 신뢰를 가질 수 있다.
‘전환기의 한국경제전망 제1부’의 결론 부분을 서술해 본다. 과거 문서의 대부분은 한자로 표기돼 있다. 여러 문구 중 ‘한국은 정치적으로 후진국인 이상으로 경제적으로도 후진성을 띠고 있는 것이다’라는 진단은 수십 년이 흐른 작금의 상황을 예견한 듯하다. 2025년, 경제를 직시한 한은의 ‘솔직한’ 전망과 통계를 기대한다.
“남한경제는 해방신출발점으로 하여 걸어온 과정과 시간이 극히 짧다. 그러나 그 실태는 내부와 외부적 제조건의 인위적 자연적 불리로 말미암아 제지표가 표시하여주는 바와 같은 파탄상을 전면적으로 노출하고 있다.
민국정부(民國政府)가 수립된지도 어언 일주년을 맞이하게 되었고 정부가 이러한 국민경제의 파탄상을 방치하지 않을 것도 제정된 헌법에 소시되고 있다. 한국은 정치적으로 후진국인 이상으로 경제적으로도 후진성을 띠고 있는 것이다. 이 후진성을 초극하는 유일한 길은 국가가 국민경제를 규제하며 지도하는 국민경제의 의사자(意思者)가 되어야한다는 것이며 세계자본주의의 방향 또한 이러한 유도경제를 지향하고 있다.
민주주의원칙에 의하여 경제활동의 창의는 항상 각개인에 보류되어야 한다. 그러나 후진성을 가장 농후하게 구존한 한국에 있어서 수세기전에 찬양되던 개인자유경제체제를 염불식으로 실천함으로써만 그 후진성을 초극하지 못할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국가는 국민경제의 후진성과 파탄상을 솔직하게 파악하여야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정확한 의사결정과 이를 해결실천하기 위한 최대의 노력이 있어야할 것이다. 이때에 있어서 국민의 창의는 국가창의를 항상감시 파악하여야하며 이 창의에 대과(大過)가 없을진대 적극적인 협력에 자진하여야하며 또 그렇게 함으로써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국민경제의 진단서는 경제조사서와 제지표에 의하여 작성 제시되는 바이다. 이를 접수하고 치료를 가하여야할 의무를 가진 것은 국민의 창의의 응결체인 국가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