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수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연령대별 생애 첫 집 매수 비중의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 기준으로 30대 이하 젊은 층의 매수 비중은 대출 규제 전과 비슷했지만, 40대의 생애 첫 집 매수 비중은 전월 대비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청약 가점 혜택이 많은 30대 이하와 다른 연령층 대비 경제력을 갖춘 50대 이상과 달리 40대가 역차별을 받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3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 분석 결과 11월 서울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오피스텔) ‘생애 첫 부동산 매수’ 중 30대 이하의 비중은 60.7%로 집계됐다. 이는 10월 비중 60.8%보다 0.01%포인트(p) 작다.
지난달 서울에선 총 3200건의 첫 집 매수가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30대 이하 매입은 1942건이었다. 10월 총 5166명의 생애 첫 주택 매수자 가운데 30대 이하가 3143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거래량은 약 38%가량 줄어들었지만, 30대 이하 젊은 층의 매수 비중은 변동 없이 유지됐다.
반면 40대의 서울 내 첫 집 매수 비중은 전체 거래량 감소 폭보다 더 많이 줄었다. 40대는 지난달 682건의 첫 집 매수를 기록했다. 이는 10월 1187건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율은 42.5%에 달했다. 40대의 첫 집 매수 비중은 11월 21.3% 수준으로, 10월 23.0% 대비 1.7%포인트(p) 감소했다. 지난달 40대의 서울 내 첫 집 매수 비중은 기존 최저 수준인 4월 21.6%보다 낮아 연내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40대와 달리 다른 연령대는 전체 거래량 감소율 수준의 하락 폭에 그쳤다. 이 기간 20대는 전월 대비 약 33.5% 줄었고, 30대 39.4%, 50대 35.5%, 60대 이상은 전월 대비 20%대의 감소율을 기록하는 등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모양새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기준으로 봐도 30대 이하 청년층의 매수세는 여전하지만, 40대는 감소세가 뚜렷하다. 11월 전국 기준 30대 이하 첫 집 매수 비중은 55.9%로 10월과 같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40대는 전월 대비 0.3%p 내린 42.9%로 조사됐다. 올해 1월과 비교하면 30대 이하 비중은 2.0%p 늘었지만, 40대는 되려 5.4%p 감소했다.
전문가는 대출 규제가 지속하는 가운데 청년층은 신혼부부나 신생아 등 맞춤형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40대는 대출 해당자가 드물어 대출 ‘역차별’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최근 대출 규제 속에서 젊은 층은 신생아 대출 등 우대받을 수 있는 대출 상품이 여럿 있지만 40대는 없고, 청약에서도 무주택 기간이 더 긴 것 말고는 가점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없어 사실상 역차별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주택 공급 정책은 30대 이하 청년층에 집중됐다. 2022년 발표한 공공주택 50만 가구 공급계획에는 약 70% 수준인 34만 가구를 청년층에 공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가점제 100%로 공급했던 투기과열지구 내 전용면적 85㎡형 이하 평형은 추첨제 물량이 확대됐다. 특히 전용 60㎡형 이하는 일반 공급량의 최대 60%까지 추첨제 물량을 늘렸다. 또 청년층을 대상으로 정부는 신생아 특례 대출과 최대 4.5%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청년주택 드림청약통장’ 등 관련 금융 상품도 꾸준히 내놓고 있다.
40대 첫 집 매수 비중 감소 경향은 내년 1분기 시중은행 대출 규제 완화 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고 교수는 “내년부터는 시중은행이 대출량 총량 규제 등에서 벗어나 대출 영업에 다시 뛰어들 것이고, 금리도 추가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40대 첫 집 매수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