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대표 간식인데, 안 보여요"…붕어빵 찾기 특명! [이슈크래커]

입력 2024-12-0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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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다시 영하권 추위가 시작됐습니다. 이 말은 곧 겨울철 길거리 대표 간식, '붕어빵'의 계절이 본격적으로 막을 열었단 건데요. 지친 퇴근길,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붕어빵 냄새에 홀려 자신도 모르게 지폐를 꺼내 들진 않았나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각자 사 먹은 '올해 첫 붕어빵'이라는 문구와 함께 붕어빵 인증 사진이 올라오고요. 동네에서 맛있기로 유명한 붕어빵 노점을 소개하는 숏폼 콘텐츠도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시민들로부터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붕어빵이 예전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건데요. 붕어빵의 '근본'인 팥 붕어빵이 아닌 희한한 맛 천지인 데다가, 크기가 은근슬쩍 작아진 것 같고, 1000원에 3마리를 줬던 '국룰'은 '국룰'이 아니게 됐으며 무엇보다 붕어빵을 파는 노점도 찾기조차 힘들다는 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이러다가 겨울철 국민 간식인 붕어빵의 위상도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머지않아 거리에서 '붕어빵'이라는 글자를 찾아볼 수 없는 건 아니냐는 건데요. 실로 붕어빵과 함께 겨울철 국민 간식으로 거론됐던 국화빵, 계란빵은 이제 길거리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또 다른 겨울 간식 군고구마는 요즘엔 편의점에서도 사 먹을 수 있죠. 여기에 최근엔 '금(金) 붕어빵'이란 별명까지 생긴 탓에 더 이상 서민 간식이라고 할 수 없다는 지적도 이어지는 실정입니다.

▲절기상 입동인 지난달 7일 서울 시내의 한 붕어빵 가게를 찾은 시민들이  겨울 간식인 붕어빵을 구매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절기상 입동인 지난달 7일 서울 시내의 한 붕어빵 가게를 찾은 시민들이 겨울 간식인 붕어빵을 구매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붕어빵에 한국 근대사가 담겨 있다?…서민 간식으로 자리 잡은 배경

찬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붕어빵의 역사는 약 100년 정도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나름의 족보가 있다는 거죠.

1900년대 일본에서 유행하던 도미빵, 다이야키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도미빵이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 한국에 들어왔고, 1950년대엔 미국의 곡물 원조로 밀가루가 대량으로 들어오면서 '붕어빵'이라는 이름을 알렸다는 거죠. 다만 붕어빵 안에 처음부터 팥 앙금이 들어 있진 않았습니다. 초기의 붕어빵은 밀가루를 풀 반죽처럼 물에 묽게 개어 구워낸 수준이었죠.

'붕어빵에도 족보가 있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거리 음식의 역사'에서 윤덕노 작가는 "붕어빵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 형제가 겪어야 했던 수난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깝게는 1960~1970년대 산업개발 시대에 공돌이·공순이로 불리던 우리 부모, 형제들이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밥 대신 끼니를 때웠던 것이 붕어빵"이라고 적었습니다. 고단했던 시절, 붕어빵은 값싼 비용으로 허기를 달랠 수 있던 식사 대용 간식이었던 겁니다.

역경도 있었습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정부가 노점상 단속에 나선 탓이었는데요.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붕어빵 노점도 다시 돌아왔습니다. 초기 자본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 실업자들이 붕어빵 장사에 속속 뛰어들면서 붕어빵 노점상도, 손님도 늘어난 거죠.

붕어빵이 호황을 맞았다는 건 그만큼 먹고살기 팍팍하다는 현실을 방증하는 셈인데요. 국가 경제 상황을 알려주는 바로미터와도 같았던 겁니다.

엄밀히 말하면 지금의 붕어빵은 '붕어빵'이 아닙니다. 붕어빵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붕어 모양의 틀에 묽은 밀가루 반죽과 팥소를 넣어 만든 풀빵'이라고 등록된 보통명사입니다. 반면 잉어빵은 상표 이름인데요. 황금어장식품의 김승수 씨가 특허를 냈죠. 우리가 사 먹는 붕어빵 봉투에 '황금 잉어빵'이라는 문구가 곧잘 적혀 있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붕어빵은 반죽 주재료가 밀가루지만, 잉어빵은 반죽에 버터나 기름을 넣어 더 쫄깃하고 촉촉한 식감을 냅니다. 앙금은 꼬리까지 골고루 퍼져 있다는 특징이 있죠.

▲인스타그램에 다양한 맛의 붕어빵이 게재돼 있다. 오른쪽은 두바이 초콜릿 레시피를 활용한 붕어빵. (출처=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에 다양한 맛의 붕어빵이 게재돼 있다. 오른쪽은 두바이 초콜릿 레시피를 활용한 붕어빵. (출처=인스타그램 캡처)

붕어빵의 변천사…화려해졌지만 가격 오르고, 작아졌다?!

붕어빵이 국민 간식인 만큼, 이를 둔 논쟁도 치열했습니다. 팥 앙금이 들어간 '팥붕파' vs 슈크림이 들어간 '슈풍파'로 구도가 나뉜 건데요. 먹는 것에 진심인 한국인들이라(?) 이 논쟁은 아마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죠.

또 머리나 꼬리, 지느러미 등 붕어빵의 어느 부위부터 먹느냐를 두고 알아보는 성격 테스트가 인기를 끌었는데요. 재미를 목적으로 한 만큼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지만, 붕어빵을 나눠 먹으면서 소소한 이야깃거리가 돼주기엔 충분했죠.

단순하면서도 감성 가득한 매력을 자랑하던 붕어빵. 최근엔 화려함을 더하면서 변신했는데요. 맛부터 가격까지 천차만별입니다.

'프리미엄 수제 붕어빵'이라는 플래카드를 붙이고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 상수역 근처의 한 붕어빵 노점에서는 팥 앙금에 시나몬의 향이 더해진 팥 시나몬 붕어빵부터 크림치즈, 고구마, 피자 등 다양한 붕어빵 맛을 선보입니다. 홍대 걷고싶은거리 인근의 노점에서는 짭짤한 치즈 맛이 한가득 느껴지는 치즈 붕어빵이 인기죠.

이 밖에도 누텔라와 마시멜로, 소시지와 체다치즈, 통 모차렐라 치즈, 심지어는 불닭 마요네즈가 들어간 붕어빵 등 다양한 맛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붕어빵의 인기가 치솟자 프랜차이즈 가게가 등장하고, 카페들도 붕어빵 메뉴를 판매하기 시작했죠.

화려한 만큼 가격은 올랐습니다. 특별한 맛의 붕어빵은 1개당 2000~4000원의 가격을 자랑합니다. 유행까지 더해진 경우엔 1만 원을 훌쩍 넘기기도 하는데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베이커리 카페에서는 '두바이 초콜릿' 맛 붕어빵을 맛볼 수 있습니다. 가격은 1개당 1만2000원에 달합니다. 두바이 초콜릿이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피스타치오와 카다이프 등 고가의 재료가 사용된 데다가 '크로플'(크루아상+와플)을 연상케 하는 페이스트리로 만들어졌는데요. 높은 가격에도 달콤한 맛,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해 곧잘 품절된다는 후문입니다. 배달 앱에서 이 붕어빵을 주문해 먹은 한 시민은 "항상 품절이라 궁금했는데 드디어 먹게 됐다"며 감격해 눈길을 끌었죠.

문제는 노점의 붕어빵도 가격이 줄인상 됐다는 겁니다. 과거 붕어빵은 '1000원에 4마리'가 국룰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1000원에 3마리, 2마리가 되더니 급기야 1000원에 1개를 판매하기 시작했죠. 높은 가격에 붕어빵을 맘껏 즐기기 어려워 '금붕어빵'이라는 별명까지 등장했습니다.

붕어빵 가격엔 역시 고물가가 타격을 줬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팥 500g의 소매 가격은 1만440원으로, 전년(7537원) 대비 약 38%가 올랐습니다.

식용유·밀가루를 섞은 5㎏ 규모 반죽 팩도 올해 1만 원으로 판매되며, 지난해보다 2000원가량이 상승했죠.

붕어빵의 크기는 되레 작아집니다. 한입 크기의 미니 붕어빵도 등장했는데, 5개에 2000~3000원에 판매되고 있죠. 단가를 낮추는 대신 크기를 줄인 건데요. 그램(g) 수로 따져보면 파격적으로 저렴한 건 결코 아닙니다. 심리적 저항을 줄이려는 고육지책인 셈이죠.

여기에 민원·단속이 늘어나면서 붕어빵 상인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광주에서는 동구, 서구, 남구, 북구, 광산구 등 5개 자치구가 붕어빵 노점을 대상으로 올해에만 총 562건의 단속을 했습니다. 통행에 불편을 느낀 시민 민원으로 현장에 나가 적발하는 방식으로 단속이 이뤄지면서, 올해는 계도 조치에도 시정되지 않은 3명의 노점상이 식품위생법으로 고발 조처됐다고 합니다.

▲절기상 입동인 지난달 7일 서울 시내의 한 붕어빵 가게에서 점주가 겨울 간식인 붕어빵을 굽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절기상 입동인 지난달 7일 서울 시내의 한 붕어빵 가게에서 점주가 겨울 간식인 붕어빵을 굽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붕어빵 간편식도 있다지만…"겨울 감성은 포기 못 해요"

붕어빵을 찾기 힘들어지자 소비자들의 관심은 더욱더 높아졌습니다.

집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밀키트도 속속 등장했는데요. 롯데쇼핑 계열 e커머스 롯데온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20일까지 붕어빵, 호떡 등 겨울 간식류 관련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20% 넘게 증가했습니다. 인기 제품은 ‘설빙 한입 쏙 붕어빵 단팥(1kg)’ 상품은 리뷰가 400여 건에 달한다고 하네요.

신세계푸드는 2022년 1월 '올바르고 반듯한' 붕어빵을 처음 출시한 뒤 매해 다양한 맛을 신제품으로 출시하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붕어빵' 3종(단팥·슈크림·초당옥수수)은 지난해 겨울 월 매출 10억 원을 기록했고, 오뚜기가 출시한 '꼬리까지 가득 찬 붕어빵' 2종(팥·슈크림)도 월 매출 10억 원의 판매고를 올렸죠.

가정간편식으로 즐기는 붕어빵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즐길 수 있어 인기를 끕니다. 이들 제품의 가격은 1봉지에 8000원대에서 1만 원대 초반인데요. 20여 개 정도 들어 있다고 치면 1개당 가격은 500~600원 선으로 길거리에서 사 먹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죠.

그런데도 노점 붕어빵을 부르짖는(?) 시민은 적지 않습니다. 가격은 오르고 노점 수는 줄어들어 쉽사리 만날 수 없다지만, '길거리 붕어빵은 그만의 감성이 있다'고 입을 모으곤 하죠.

지역생활 플랫폼 당근은 이런 수요에 발맞춰 지난달 20일 겨울 시즌 한정으로 '붕어빵 지도' 서비스를 오픈했는데요. 지역 주민들이 직접 붕어빵 노점 위치 정보를 등록하고 이웃과 공유하는 오픈맵 서비스로, 당근이 2020년부터 운영해 온 '겨울간식지도'의 연장선입니다. 이용자들이 직접 붕어빵 노점 위치 정보를 등록하거나 수정, 삭제할 수 있으며, 본인이 추가한 곳 이외에도 이웃들이 등록한 붕어빵 판매 위치를 핀으로 확인할 수 있죠.

이 서비스의 인기는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당근에 따르면 '붕어빵 지도' 오픈 이후 동네지도 탭 내 '붕어빵' 검색량이 지도 서비스 이전인 11월 2주차 대비 135배 급증했는데요. 당근 플랫폼에서 붕어빵을 검색하는 이용자 수 역시 124배 늘었죠. 지난해와 비교해도 붕어빵을 찾는 수요는 크게 상승했다는 전언입니다. 지난 한 달간 당근앱 내 붕어빵 검색량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죠.

회사 내부에서도 놀란 분위기라는데요. 당근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붕어빵 지도에만 초점을 맞춘 오픈맵은 처음 기획했는데 이렇게까지 뜨거운 인기를 끌 줄은 몰랐다"고 전했습니다.

시민들의 사랑은 여전하지만, 고물가에 한 번, 단속에 또 한 번, 빈틈을 노리는 식품업계에 다시 한번 고심하는 붕어빵 노점인데요. '길거리 대표 간식'이라는 수식어도 곧 옛말이 될까 봐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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