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 국민의힘 정책실 창문 깨고 진입 시도
국회 직원·보좌진 일제히 소화기 뿌리며 막아
국회 여당 포함 190명 중 190명 찬성 계엄 저지
윤석열 정부가 사상 초유의 계엄령을 내린 4일 새벽 국회앞. 윤 대통령이 별안간 ‘비상계엄’을 선언한 지 불과 몇 분여 만에 국회 앞에 집결한 시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퇴진 요구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경찰과 시민의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회 위 상공에는 VIP를 태운 듯한 헬기가 떴다.
이날 국회 경비대는 비상 계엄이 내려진 직후 시민들의 국회 진입을 막았다. 국회 경비대는 쏟아진 시민들의 숫자에 급히 병력을 늘렸다. 발빠르게 비상 계엄 소식을 접한 국회의원들과 보좌진 등이 국회에 진입한 직후 국회 경비대는 국회로 향하는 모든 입구에 대해 봉쇄에 나섰다. 국회 진입을 제한당한 시민들은 일제히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외치고 나섰다.
4일 새벽 계엄군은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 창문을 깨고 국회 본청 진입에 나섰으나 국회 직원과 당직자, 의원 보좌진 등이 군인에 소화기를 뿌리며 극렬하게 저항하며 막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10시23분 담화를 열고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발표했다. 계엄 선포 시 국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이 금지된다.
대통령실의 비상 계엄 선포에 맞선 국회는 급히 소집령을 내려 결집했다. 국회는 이날 오전 1시4분경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가결시켰다. 국회의장실은 "계엄해제 결의안 가결에 따라 계엄령 선포는 무효”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급박히 진행된 계엄 해제 표결에는 국회 현장에 모습을 나타낸 십여명의 여당 의원들도 다수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당사에는 50여명의 여당 의원이 와있다”며 “국회 본청에는 10여명의 여당 의원이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계엄 해제 직후 “국회의 의결에 따라 대통령은 즉시 비상계엄을 해제해야 한다.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국민 여러분께서는 안심하시기 바란다. 국회는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다. 국회 경내에 들어와 있는 군경은 당장 국회 바깥으로 나가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여야 대표는 일제히 계엄에 대해 있어선 안될 초유의 사태라는 인식에 공감했다. 계엄 해제 직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집권여당으로서 이런 사태가 발생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계엄선포는 실질적으로 있어야 할 상식이 끝”이라며 “계엄령에 근거했던 군경이 공권력 행사하는 건 위법한 것이다. 위법한 지시에 따르지 않는 것에 대해선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국민들을 끝까지 지켜낼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계엄 해제 직후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실질적 요건을 전혀 갖추지 않은 불법 위헌”이라며 “계엄법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는 국무회의의 의결 거쳐서 하게 돼 있는데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절차법적으로도 명백한 불법 계엄선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