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48시간 내 복귀’ 계엄령에 의료계도 화들짝

입력 2024-12-0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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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전공의 절반은 다른 병원에서 근무…의료계 연이어 대통령에 쓴소리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가결됐다. 조현호 기자 hyunho@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가결됐다. 조현호 기자 hyunho@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에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에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 선포를 선언하고, 계엄 포고령에 전공의 복귀 관련 내용이 포함되자 의료계가 밤새 술렁였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는 4일 오전 4시 30분 국무회의서 계엄 해제안 의결로 6시간 만에 종식됐지만 의료계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며 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전공의는 올해 2월 20일 수련병원을 떠났고, 주요 병원들은 이들에 대한 사직서를 6월 이후 수리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수련병원을 사직한 전공의는 지난달 18일 기준으로 9198명이다. 이 중 50.4%인 4640명은 일반의로 재취업했으며 수련병원에 출근 중인 전공의는 1073명으로 전체 전공의 1만63명의 10.3%에 그친다.

이미 수련병원을 떠난 사직전공의들은 자신들이 복귀 대상인지, 복귀해야 한다면 어디로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며 혼란을 표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계엄령 선포와 관련해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언급된 전공의 포함 파업 중인 의료인에 대한 근무명령과 관련해 현재로선 사직전공의로서 파업 중인 인원은 없다는 것을 계엄사령부에 밝힌다. 사직 처리된 과거 전공의들은 각자의 위치를 지키고 있으니 절대 피해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할 것을 전달한다”고 말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사직한 의료인은 과거의 직장과 계약이 종료됐으므로 ‘파업 중이거나 현장을 이탈’한 것에 해당하지 않으며, 따라서 해당 항목과 무관하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계엄 선포로 인한 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 의료인은 환자들의 건강을 지키고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인의 권리를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도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는 부정한 권력을 폭력으로라도 지켜보려는 파렴치한 행위이며 반민중적 반민주적 정권임을 스스로 밝히는 용서할 수 없는 폭거”라며 “우리는 윤석열 정권의 비상계엄을 거부한다.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라”고 비판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자신의 SNS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반민주적 행태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한 번 참담함을 느낀다”며 “제가 돌아갈 곳은 없다. 이번 비상 계엄으로 인해 무고한 국민이 다칠 경우, 의사로서 언제 어디서든 최선을 다해 국민을 치료할 것이다. 독재는 그만 물러나라”고 강조했다.

계엄이 해제됐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이어진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SNS에 “우파정당에서 배출한 대통령 한 사람이 순식간에 의료를 무너뜨리고, 과학계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음을 본다”고 썼으며, 배장환 전 충북의대 교수는 “사직서 다 수리하고 취업하고 군대 갔다. 어디로 복귀하라는 거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 민주주의의 적, 국가의 수치”라고 글을 남겼다.

최안나 의협 기획이사 겸 대변인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다시는 항상 환자 곁을 지켜오다 정부의 의료 농단에 좌절해 자리를 떠난 전공의들에게 처단과 같은 오만한 표현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를 ‘처단’하겠다고 한 선포문 작성자 공개를 요구했다.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4일 성명서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을 오늘 이후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음을 선언한다”며 “윤 대통령은 즉각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주장했다.

이어 비대위는 “놀라운 사실은 계엄 포고문에 국민의 생명을 최일선에서 지켜온 의사들을 처단 대상으로 명시했다”면서 “의사들이 반국가세력인가. 의사들이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는가. 전공의들을 끝까지 악마화할 것인가. 우리는 분노와 허탈을 넘어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다”고 반문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도 이날 성명에서 “이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시간”이라며 “불법적·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로 윤석열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계엄선포 자체가 명백한 탄핵 사유다. 국회는 비상계엄 해제 의결에 이어 헌정을 유린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지체 없이 의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190명 중 찬성 190명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 처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새벽 4시 20분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된 것과 관련해 “국회의 요구를 수용해 계엄을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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