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 재계, 비상계엄 사태에 탄핵정국까지… "사업계획 새로 짜야할 판"

입력 2024-12-04 15:01 수정 2024-12-0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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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업 비상 대책 회의 열고, 글로벌 사업 점검
환율 급등과 대외 신인도 하락… 기업 경영 후폭풍
탄핵 정국 이어질 경우, 불확실성 더 커져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출입문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가결됐다. 조현호 기자 hyunho@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출입문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가결됐다. 조현호 기자 hyunho@

윤석열 대통령의 한밤 기습 계엄령 선포 여파로 재계도 후폭풍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6시간 만에 계엄은 해제됐지만, 환율 급등과 대외 신인도 하락 등으로 기업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높다.

특히 미중 패권 경쟁 과열, 트럼프 리스크, 중국의 저가 공세, 끝나지 않는 글로벌 전쟁 등 복합 악재가 쌓여있는 가운데, 비상 계엄 선포라는 초유의 상황이 겹치면서 내년 경영 환경은 최악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커졌다.

글로벌 사업 타격 불가피… 경영진 긴급 소집

4일 주요 기업들은 비상 경영진 회의를 긴급 소집해 현황을 점검하는 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SK그룹은 이날 오전 최창원 수펙스 추구협의회 의장 주관으로 주요 경영진이 참석하는 대책 회의를 소집해 시장 및 그룹에 미칠 영향 등을 논의했다.

LG는 이날 오전 계열사별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 금융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해외 고객 문의에 대한 대응 방안을 살펴봤다.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근무 중인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도 권고했다. 비상계엄은 해제됐지만 여의도 일대에 여러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HD현대도 오전 7시 30분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고, 향후 발생 가능한 경제 상황을 집중 점검했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국내외 상황이 긴박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각사 사장들은 비상 경영상황에 준하는 인식을 가져야 하며 특히 환율 등 재무리스크를 집중 점검해 달라"고 주문했다.

HS효성도 이날 오전 사장단 긴급 경제 상황 점검 회의를 열어 환율 등 재무 상황과 해외 영향 등을 점검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도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주요 그룹들은 이번 사태에 따라 수출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주가 벨류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각 계열사가 시장 동향을 점검하며 해외 고객들과 소통하고 있다"며 "최근 주가 벨류업에도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이번 사태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예정됐던 일정도 줄줄이 밀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좌장으로 나서 재계 및 투자자와 진행하려 했던 상법 개정안 토론회는 취소됐다.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MBK파트너스가 개최할 예정이었던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기자간담회'도 잠정 연기됐다.

탄핵 정국으로 확대… 시급한 경제 현안 처리 뒷전

특히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어이질 전망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공동 발의했다. 야당은 6일 본회의를 열어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이 경우, 반도체 지원법과 상속세 인하 등 경제 현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지원법은 반도체 산업에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할 수 있고, 연구개발(R&D) 인력은 주 52시간 근무에서 예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대규모 전력을 요구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안정적인 국가 전력망을 확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력망법' 역시 통과는 요원할 전망이다.

반도체 산업을 둘러싸고 치열한 '국가대항전'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산업 지원이 늦어진다면, 그만큼 경쟁국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또 내년 초 트럼프 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등 국가 핵심 산업에서의 민관 협동이 절실하다. 다만 탄핵 정국에선 재계가 필요로 하는 정치외교 동력이 힘을 잃게 된다.

재계는 이번 사태로 인해 내년 사업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마무리하고, 새해 사업계획을 짜야 하는 시점인데 막판 돌발 변수로 인해 대폭 수정해야 할 분위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금융 시장 환경과 국내외 정치적 변동성이 커지면, 최악의 경우 새해 사업 계획 구상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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