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F4…"유동성 무제한 공급·"24시간 경제점검TF"
윤석열 대통령의 3일 비상계엄 조치는 6시간여 만에 해제됐지만 관가는 금융·외환시장 불확실성 확대 등에 따른 대내외 영향 파악, 후속 대응을 위한 긴급회의 등 여진 수습에 분주한 모습이다. 각 중앙부처 수장은 물론 여러 주요 부처 일정과 정책 발표도 줄줄이 취소됐다.
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긴급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를 열었다. F4 회의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전날 밤 11시 40분에 이어 이틀 연속 열렸다. 비상계엄 후 원·달러 환율이 1444원까지 치솟는 등 시장 불안감이 높아지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다만 당국은 이날 새벽 비상계엄 해제로 외환시장 및 해외한국주식물 시장이 안정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고 판단, 주식시장 등 모든 금융·외환시장을 정상 운영하고 당분간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기로 했다.
이어 최 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 주재 후 정부 합동 브리핑을 통해 "24시간 경제·금융상황 점검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해 실물경제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고 수출에도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챙기겠다"고 말했다. TF 팀장은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이 맡는다. 당초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신산업 규제혁신 방안 등이 안건에 오를 예정이었지만 비상계엄 사태로 발표가 불발됐다. 이와 별도로 기재부는 1급 이상 간부회의를 매일 개최하기로 했다.
다른 부처도 비상계엄 파장 수습에 주력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김포 열병합 발전소 준공식, 부평 한국GM 공장 방문, 인천남동산단 민관합동 문화융합 협의체 발족식 등의 일정이 있었지만 전면 취소했다. 산업부도 이날 새벽 비상계엄 선포 후 1급 이상 간부 긴급회의를 열어 대응에 나섰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에서 실장급 이상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평상시와 같이 각자 정위치에서 흔들림 없이 각자의 임무와 역할에 충실하라"고 당부했다. 김 장관은 예정된 지방 일정을 취소하고 서울에서 간부들과 대책 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도 자정께 간부회의를 열고 "업무를 차질없이 이행하라"고 주문했다. 강 장관은 그러나 이날 수산식품 수출업계 간담회 등의 외부 일정을 취소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공공주택 공급 실적 및 공급계획 점검회의를 취소했다. 다만 전국철도노동조합이 5일부터 총파업을 예고한 만큼 철도 비상수송대책 점검회의는 참석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오전 조홍선 부위원장 주재로 국장급 이상 간부회의를 열었고 직원들에게 차질없는 업무 수행을 당부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회 참석차 프랑스 파리 출장 비행편에 탑승 중이었는데 비상계엄 사태 이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 절차를 밟고 있다. 예정된 OECD 일정에는 신동열 경쟁정책국장이 대참할 예정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리는 면세점 신선농산물 입점 기념행사 참석 일정을 취소했다. 다만 농산물 수급 및 생육 상황 점검회의 등은 그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내부 점검을 위해 외부 일정을 취소했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정상화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모든 부처가 제자리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한다면 난국을 빠르게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