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근 계엄은 1979년…탄핵 정국에 쏠리는 이목
김병환 “유동성 무제한 공급”…전문가 “변동성 대비”
“비상계엄이 몇 시간 만에 해제됐고 한국의 제도적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판단한다. 한국의 현 신용등급(장기 기준 ‘AA’)의 측정 방식(메트릭스)을 변경하거나 등급을 바꿀 실질적 사유가 없다고 본다” 4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가 몰고 온 여진이 한국의 국가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사태’가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잔뜩 긴장하고 있다. 과거 두 차례의 탄핵국면에서 큰 변동성을 겪었던 경험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탄핵 정국으로 국정이 사실상 올스톱되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가뜩이 어려운 한국경제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본다. 특히 외국인 ‘엑소더스’(대탈출)이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4일 증권계에 따르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나온 시가는 2004년, 2016년 두 차례다. 영향은 달랐지만, 증시 변동성은 컸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2004년 3월 12일 코스피는 2.43% 급락해 848.80에 마감했고, 지수선물은 장중 5.47% 폭락해 프로그램 매매 호가가 일시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탄핵 추진은 사상 처음이었던 데다가 가결을 예상한 사람이 많지 않았고, 장중에 결정된 사안이라 충격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노 전 대통령 탄핵안이 발의된 3월 9일부터 가결된 12일까지 나흘간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5.7%, 4.07% 빠졌다. 하지만 노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이튿날부터 증시는 상승세로 반전했다. 가결 이후 5거래일간 코스피는 3.64%, 코스닥은 2.47% 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초입이던 2016년 11월 증시는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여야가 합의를 통해 청와대에 거국중립내각을 설치한 10월 30일 다음 거래일인 10월 31일에는 코스피지수가 0.67% 하락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하야를 거부하며 정치적 불안도가 높아진 11월 9일 장중 3.61% 급락, 1931.07까지 떨어졌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제안된 2016년 12월 5일, 코스피는 0.37% 하락한 1963.36을 기록했다.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12월 9일에는 코스피는 0.31%떨어졌다. 시장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이후 5거래일간 코스피는 0.74%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엔디 리우 S&P 전무는 “비상계엄의 잠재적 여파는 밋밋(flat)할 것 같다”며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 환경에 관해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는 있겠지만, 한국의 전반적 신용 환경이나 한국 기업의 신용도에 관해서는 계엄의 여파가 현재로는 잠잠해진(muted)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대현 S&P 상무는 “한국 정부가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굉장히 중요시하며 이런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상당히 빨리 대응한다고 판단한다”며 “투자자나 시장 심리가 중요한 때인 만큼 40조∼50조 원 등 절대적 금액보다는 정부가 시장 안정 의지를 보여줬다는 사실을 의미 있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안 심리가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부는 “연말 탄핵정국 진입 가능성이 점증되고 있으며, 국정 불안 요인까지 남아 외환·채권·주식 트리플 약세와 연말 금융시장내 불확실성 반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아번 사태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을 동반한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라고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