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계엄령에 한미동맹 어디로...트럼프 침묵

입력 2024-12-0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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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만에 시험대 오른 한미 동맹”
미국 “계엄령 선포 전 사전통보 못 받아”
한국, ‘자유민주주의 동맹국’ 정체성 위기
방위비 분담금·북핵 등 논의할 트럼프 입장 없어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 선포는 6시간 만에 해제됐으나, 70년 이상의 한미동맹은 시험대에 올랐다. ‘민주주의 대 독재’ 대결 구도를 외교 정책의 틀로 삼아온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로서는 비상 계엄령이 선포된 한국을 자유민주주의 동맹국으로 자랑하기가 어려워졌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한국을 압박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취임 후는 더 문제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한국과 미국의 관계가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중국·러시아에 맞서는 주요 동맹국으로 한국과 군사적 관계를 강화해왔는데 윤 대통령이 계엄령으로 국회 장악을 시도하면서 그간 한국의 민주주의를 높이 평가해온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이 난감해졌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도 칼럼에서 비상 계엄령 선포를 ‘반민주주의적 행보’로 규정하며 미국에는 실질적 문제이고 중국에는 승리라고 지적했다. 파크스트레티지의 션 킹 수석 부사장은 “이유가 무엇이든 이제 미국과 다른 민주주의 국가는 원칙적으로 한국을 지지하기 어렵게 됐다”며 “반면 중국은 자국 시스템의 이점을 자랑하는 사례로 한국을 내세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계엄 해제 발표 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CS)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이 우려스러운 계엄령 선포에 관해 방향을 바꿔 계엄을 해제하는 한국 국회의 표결을 존중한 것에 대해 안도한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주의는 한미 동맹의 근간”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우려스러운’이란 수식어로 계엄령 선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NYT는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렸던 한미일 정상회의의 성과도 계엄령으로 의미가 퇴색, 한국에 주둔 중인 약 3만 명 주한미군의 역할에도 의문을 남기게 됐다고 지적했다.

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 국무부의 베단트 파텔 수석 부대변인은 계엄령 해제 발표 전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가 핵우산 정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추측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우리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 표결 등을 포함해 “특정 국가의 법과 규칙은 해당 국가에서 준수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자 기대”라고 말하며 사태의 조기 해결을 촉구했다.

한국의 계엄 선포와 해제 사태의 여파로 4일부터 개최키로 합의됐던 한미 대북 핵억지력 강화 관련 회의와 연습은 전격 연기됐다.

계엄령 선포 과정에서도 한미 동맹은 뒷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미국은 이 발표(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통지받지 못했다”고 밝혀 한미 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마크 몽고메리 전 해군 소장은 ABC방송에 “윤 대통령이 루비콘강을 건넜다”며 “한미동맹은 불확실성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한미동맹 불확실성이 더 커질 우려가 있다. 한국을 ‘머니머신(현금 제조기)’라 부르는 트럼프 당선인이 11억 달러(약 1조5532억 원)에 합의한 최신 방위비 분담금 협정(2026~2030년)을 다시 논의하자고 나설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트럼프는 이번 계엄령 사태와 관련해 공식 입장은 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 측도 사전에 관련 사실을 인지 못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계엄 사태에 심지어 전쟁 중인 러시아와 이스라엘도 우려를 표했다. 더 나아가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 나라(한국) 방문 필요성을 고려해달라”며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영국도 외무부를 통해 “현지 당국 조언을 따르라”고 밝히며 적색 여행경보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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