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증권사 사장단 만나 “시장 급변 대비 환율·유동성 ‘비상 계획’ 마련하라”

금융감독원이 국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최근 정치적 리스크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종합 컨틴전시 플랜(비상 대응 계획)'을 선제적으로 세울 것을 당부했다. 또 금융투자업자로서 내부통제를 철저히 점검해 금융사고 재발을 근절하고 시장 신뢰를 회복할 것을 강조했다.

5일 금융감독원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국내 36개 증권사 CEO와 함께 긴급 현안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요청했다. 전일 비상 계엄령이 선포·해제된 것과 관련해 국내외 시장에서는 한국 금융경제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선진국과 달리 우리 증권시장의 체력은 그 어느 때보다 약화해있다"며 "향후 국내외로부터 추가적인 충격이 가해질 경우 금융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의 전이도 우려된다. 자본시장의 핵심 플레이어인 증권업계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증권사들이 환율, 유동성 등 리스크 요인별로 비상 대응 계획을 마련하도록 주문했다. 또 금융감독당국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시장 변동성 대응 역량을 최적화한다. 감독원도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가능한 한 모든 시장 안정 수단을 동원할 계획이다.

투자자 이익을 우선하고 영업 관행을 개선할 것도 강조했다. 앞서 10월 신한투자증권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LP) 부서에서는 목적을 벗어나 무리한 장내 선물 매매를 진행하다 1300억 원대 손실 사태가 발생했다.

금감원은 이러한 ETF LP 금융사고와 증권사 임직원의 잇따른 사익추구 행위는 내부통제 부실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증권사별로 CEO 책임 아래 실질적인 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정밀히 진단할 것을 당했다.

함 부원장은 "본부장-부서장 등 책임자의 태만으로 '수직적 내부통제'가 붕괴하고, 리스크·준법 등 관리부서가 영업부서의 불법행위를 인지하지 못하는 '수평적 내부통제'도 작동하지 않은 대표적인 내부통제 실패사례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불법행위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LP 등 투자은행(IB) 업무에 집중되는 반면, 내부통제 역량은 여전히 고객영업(WM) 부문에 치우친 점도 증권사 부실 원인으로 지목됐다. 수익이 많은 IB일수록 내부통제 경력이 많은 임직원을 배치해야 한다는 의미다.

금감원에 따르면 증권사 WM 부서 내 감사·준법 임직원은 전체의 39.2%로, IB(1.3%), 부동산PF(0.5%)보다 훨씬 많았다. 현행 성과보수체계가 과도한 단기 실적과 리스크를 추구하도록 설계되었는지도 재점검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기업공개(IPO) 주관업무 과정에서 △공모가 부풀리기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미기재 △상장 직후 대량매도 △공개매수 시 최대주주 편법 지원 등 사익 추구 행위가 다수 발생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이러한 이해 상충 관리 의무를 위반할 경우 엄중히 조치할 것을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증권사 CEO는 "비상 대응 계획에 따라 주식시장 급락, 급격한 자금인출 등에 대비하고 리스크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내부통제와 성과평가 체계를 전사적인 차원에서 철저히 점검하는 등 금융사고 근절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함 부원장은 CEO들에게 "내부통제와 인센티브 구조의 적정성을 원점(Zero-Base)에서 재점검할 것"을 요청하며 "증권사가 주관사로서 역할과 책임을 소홀히 하고 수수료 수익만을 추구하는 행태는 용납될 수 없다. 증권사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현재 추진 중인 자본시장 선진화(밸류업) 과제도 흔들림 없이 신속하게 마무리해 우리 자본시장과 국민 자산을 굳건히 지켜나갈 것"이라며 "증권회사와 함께 철저한 위기 대응 태세를 갖추고 투자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성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금감원은 향후 증권사 CEO들과 함께 업계 상황을 신속하게 공유해 투자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또 내년 검사 핵심과제로 내부통제 적정성을 강도 높게 점검해 증권사 내부통제 역량을 강화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