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2]"바람 바뀌면 돛 조정해야" 진옥동 회장, CEO 9명 교체ㆍ파격 쇄신

입력 2024-12-05 13:58 수정 2024-12-0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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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자회사 CEO 13명 중 9명 교체
진옥동 "유연한 대응 위해 체질개선 시급"
은행 등 4곳은 연임 추천 "전략 추진 속도"
정상혁 행장 임기 '2년' 연임 이례적 결정

▲신한금융그룹이 1월 4일 개최한 ‘2024년 신한경영포럼’에서 진옥동 회장이 총평을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신한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이 1월 4일 개최한 ‘2024년 신한경영포럼’에서 진옥동 회장이 총평을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신한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이 임기가 만료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13명 중 9명을 교체하는 대규모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다만, 일관성 있는 미래 전략 추진이 필요하다고 본 신한은행ㆍ라이프 등의 CEO는 연임을 결정했고, 특히 은행은 현 행장의 임기 2년 재선임을 추천했다. 고강도 인적 쇄신으로 그룹의 혁신을 꾀하면서도 경영능력이 입증된 CEO에게는 한 번 더 경영을 맡기겠다는 진옥동 회장의 복안이다.

5일 신한금융은 오전 본사에서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올해 말부터 내년 초 임기가 끝나는 13개 계열사 대표 가운데 9명은 교체를, 4명은 연임을 결정했다.

(사진제공=신한은행)
(사진제공=신한은행)

신한금융 자경위는 그룹 최대 계열사인 신한은행장 후보에 정상혁<사진> 현 행장을 재선임 추천했다.

탄탄한 자산성장과 비이자 이익 증대 및 글로벌 성장 등 우수한 경영성과를 보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신한은행은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9.4% 증가한 3조1028억 원으로 누적 당기순익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안정적인 건전성 관리와 미래 성장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다양한 혁신을 주도하며 조직을 쇄신했다는 점도 연임을 추천한 이유라고 자경위는 설명했다. 또 정 행장이 앞서 9월 말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점도 재선임 추천에 영향을 미쳤다.

주목할만한 점은 자경위가 정 행장에게 임기 2년 연임을 추천했다는 점이다. 통상 연임 시 1년씩 임기를 부과하는 관례를 깬 것이다. 신한금융 자경위 관계자는 "정 행장이 중장기 관점의 전략에 기반해 주요 계열사인 신한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임기 2년 연임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정 행장과 함께 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과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 이승수 신한자산신탁 대표가 연임에 성공했다.

나머지 9개 자회사 CEO는 전부 교체됐다. 연임이 유력했던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 후임으로 박창훈 신한카드 본부장이 신규 추천됐다. 부사장을 거치지 않고 본부장에서 추천된 파격 인사다.

그룹 기업가치(밸류업) 제고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신한카드의 성과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시각에 따른 결정이다. 과감한 CEO 교체로 조직 내부 체질을 개선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새롭게 발굴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8월 발생한 파생상품 사고로 사임한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의 후임으로는 이선훈 부사장이 추천됐다. 자경위는 이 부사장이 현재 파생상품 사고 관련 후속 조치를 위한 '위기관리·정상화 태스크포스(TF)'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점을 들어 조직의 체질을 개선할 적임자로 판단했다.

이 외에 △전필환 신한캐피탈 대표이사(신규 선임·임기 2년) △이희수 제주은행장(신규 선임·임기 2026년 12월말) △채수웅 신한저축은행장(신규 선임·임기 2년) △민복기 신한DS 사장 (신규 선임·임기 2년) △김정남 신한펀드파트너스 대표 (신규 선임·임기 2년) △임현우 신한리츠운용 대표(신규 선임·임기 2년) △박선배 신한벤처투자 대표(신규 선임·임기 2년) 등이 새 CEO후보로 올랐다.

이 같은 대대적인 인사 쇄신에는 올해로 취임 2년 차에 접어든 진옥동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이날 자경위에서 진 회장은 '바람이 바뀌면 돛을 조정해야 한다'라는 격언을 인용하며 "불확실한 미래 경영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내부의 근원적인 혁신과 강력한 인적 쇄신 및 세대교체를 통해 조직의 체질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며 인사를 최소화하고 안정을 꾀했던 지난해와 180도 달라진 메시지다.

진 회장이 이번 인사에서 변화의 색깔을 뚜렷하게 드러낸 이유 중 하나로는 신한투자증권 사태가 꼽힌다. 최근 신한투자증권에서 대규모 파생상품 운용 손실 사고가 발생해 내부통제 허점이 드러나 리스크 관리가 중요 과제로 떠올랐다. 지주와 은행에 이어 비은행 자회사들의 책무구조도 시행을 앞두고 내년 금융사고 예방 등 내부통제 관리 성과가 분명해야 한다는 점도 조직쇄신을 결정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고강도 인적 쇄신을 통한 조직 체질 개선, 세대교체를 통한 차세대 리더를 적극적으로 발탁하는 등 변화를 꾀하는 동시에 경영능력 입증된 CEO 연임으로 일관성 있는 미래전략 추진을 가속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자경위에서 추천된 대표이사 후보는 각 자회사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자격요건 및 적합성 여부 등에 대한 검증을 거쳐 각 사 이사회 및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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