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합니다. 또한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을 중지해 향후 10년간 지속될 의대 교육 파탄을 막기를 촉구합니다.”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의협 비대위 제3차 회의 관련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이 3일 기습적으로 선포한 비상계엄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난데없는 ‘계엄 농단’에 모든 국민이 놀랐다. 과연 현 상황이 헌법에 규정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인가. 국무회의에서 제대로 논의는 한 것인가. 이후의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미리 준비하고 계엄을 선포한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비상계엄 선포는 윤 대통령의 ‘망상’에 기초해 대책 없이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에는 국회 등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복귀하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를 위반할 시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라고 적혀 있어 의료계의 공분을 샀다.
박 위원장은 “윤 대통령은 난데없이 전공의와 의료인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체제전복세력과 동급으로 취급했다”면서 “전공의는 올해 2월 사직서를 제출했고, 6월 사직 처리됐다. 이제 사직전공의들은 다른 의료기관에 취직하거나 다른 일을 하며 열심히 살고 있다. 누가 파업을 하고 있나. 누가 의료현장을 이탈했나. 철저히 ‘망상’에 기초해 전공의와 의료인을 반국가사범으로 몰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오래전 사직한 전공의를 반개혁 카르텔로 낙인찍는 망상에 기초해 현 의료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우리 사회가 겪을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은 의료의 현실과 미래에 절망한 사직 전공의들이 다시 돌아와 수련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합당한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협 비대위는 4일 제3차 회의를 열고 △전공의와 의료인을 향해 ‘처단한다’는 폭압적 문구를 넣은 당사자와 과정을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 △윤석열 대통령 물러날 것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을 중지해 향후 10년간 지속될 의대 교육 파탄을 막을 것 등을 의결했다.
박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군과 국민이 피를 흘리며 서로 싸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헌법과 자유민주주의를 부르짖지만, 윤 대통령은 스스로를 ‘왕’이라고 생각하고 왕으로 행동한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자신을 ‘왕’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대통령은 끌어내려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투쟁방안은 아직 모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난데없는 계엄 농단에 국민 모두 놀랐다. 지금 이 상황에선 혼란을 최소화하고 수습되길 바랄 것이다”라며 “의사들이 거리로 나가서 투쟁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의료계 여러 직역과 함께 투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상황 변화에 따라 신중하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