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에 시장 진입 어렵고 활용도 낮아
산업 발전 위해 규제·제도 개선, 우호적 인식 심어야
헬스케어에 정보통신기술(ICT)이 적용된 디지털헬스케어가 신산업으로 주목받는다. ICT가 발달한 한국은 보건의료 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키우기 적합하다. 반면 규제가 기술을 따라가지 못해 발전이 더디다.
1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디지털헬스케어를 의료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디지털 대전환은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의료와 보건 분야에도 디지털 기술이 접목돼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디지털헬스케어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과 같은 지능정보기술과 보건의료데이터를 활용해 질병의 예방‧진단‧치료‧관리와 연구개발 등을 하는 산업이다. 용도와 기기에 따라 크게 디지털 치료‧웰니스‧의료기록으로 구분한다.
디지털헬스케어는 고령사회, 만성질환자가 증가하는 등 사회문제 해결 방안으로 꼽힌다.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의료서비스 향상, 비용 절감, 건강증진 등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헬스케어 시장도 성장세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1480억 달러(약 209조 원)에서 2029년 2580억 달러(약 365조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세계 주요 국각들도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발전에 따른 사회·경제적 효과에 주목하며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바라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육성 여건이 잘 돼 있다.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보급률이 90%가 넘고 전 국민이 건강보험을 기반으로 한 보건의료체계를 갖추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발목을 잡는 규제다. 개인정보보호법, 원격진료 금지 등 법적 규제와 의료 수가 등 넘어야 할 벽이 많다. 의료AI, 디지털 치료기기 등 걸음마를 뗀 산업은 여전히 규제가 정립되지 않아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 기업은 임상부터 품목허가, 수가 등 정부 규제와 제도가 바뀔 때마다 따라가야 해 혼란을 겪는다.
김영웅 한국디지털헬스케어산업협회장은 “최근 5년간 관련 규제가 빠르게 정립되고 있지만, 의료시장 진입이나 일반 소비자 대상 서비스 확산 속도는 더디다. 규제 정립에도 보건 의료 데이터 활용 장벽은 여전히 높고, 각 기관의 이해관계가 복잡한 점도 시장 촉진의 허들”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산업 발전을 위한 법안 마련에 한창이다. 22대 국회에서는 안상훈 의원이 디지털헬스케어법을 올해 10월 발의했고, 최수진 의원이 가칭 인공지능(AI) 디지털바이오육성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앞선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률을 발의했지만 폐기됐다.
국내 한 디지털헬스케어 기업 대표는 “아직 산업이 현장에서 차별적인 효용을 압도적으로 보여주지 못해 발전이 더디다”라며 “산업이 성장하려면 환자, 의사, 보험 모두가 편리하고 유용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사용자가 경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디지털헬스케어는 차세대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산업이다. 이를 위해선 기업이 시장에 빠르게 진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 국민이 체감하고 우호적 인식을 심어주고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이 같은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