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디스커버리, 손현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 신임 사장 선임
SK이노베이션, 기술 경쟁력 강화 및 합병 시너지 초점
SK그룹이 5일 단행한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은 그룹 캐시카우인 '반도체' 사업에서 시장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한 전략이 핵심이다. 대부분 계열사에서 임원 감축과 조직 통폐합 등에 나섰지만, SK하이닉스는 오히려 임원을 늘리는 등 '물 들어 올 때 노 젓기'에 나선 모양새다.
실제로 SK하이닉스에서 전체 신규선임 임원의 44%가 배출됐고, 사장 승진자 총 2명 중 1명도 SK하이닉스에서 나왔다. 최연소 신규 선임 임원 역시 1982년생인 최준용 SK하이닉스 HBM 사업기획 담당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르네상스 원년으로 삼았던 올해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차세대 AI 반도체 등 미래 기술과 시장을 지속 선도하기 위한 ‘강한 원팀’ 체제 구축에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5일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하고, 핵심 기능별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5개 ‘C-Level’(C레벨) 중심의 경영 체제를 도입했다.
C레벨은 구체적으로 △AI 인프라(CMO) △미래기술연구원(CTO) △개발총괄(CDO) △양산총괄(CPO) △코퍼레이트 센터(Corporate Center) 등 5개 조직으로 구성됐다. 이번에 새롭게 신설된 곳은 개발총괄과 양산총괄이다.
특히 이번에 신설된 개발총괄을 통해 D램과 낸드, 솔루션 등 모든 메모리 제품의 개발 역량을 결집시켰다. 이곳에서는 AI 반도체인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포함해 차세대 AI 반도체 개발에 관한 집중적인 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N-S 커미티 안현 담당이 사장으로 승진해 지휘봉을 잡았다.
SK하이닉스는 이와 동시에 메모리 전(前)공정과 후(後)공정의 양산을 총괄하는 양산총괄을 신설해 생산기술을 고도화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 패키징 생산기지 등 국내외에 반도체 팹 건설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또 대외협력과 글로벌 업무 관련 조직에 외교 통상 전문가를 다수 배치해 세계 주요국의 반도체 정책과 급변하는 지정학 이슈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신규 임원 33명 중 70%를 차세대 반도체 개발 기술 분야에 선임함으로써 근원적 기술 경쟁력 확보에 주력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리더십을 이어가는 동시에 다음 먹거리가 될 차세대 AI 반도체 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올해 AI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며 승승장구했다. 3분기에는 영업이익 7조300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23조4846억 원으로,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실적을 앞지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곽노정 사장은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이번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통해 기존 사업과 미래 성장 기반을 리밸런싱해 AI 메모리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SK디스커버리는 손현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손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으로 입사해 SK㈜ 재무실장 등 재무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왔다. 2020년 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을 맡아 그룹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세우고 사업 고도화를 이끌었다. 올해 SK그룹의 리밸런싱(사업 재편)과 경영 개선 등 주요 과제의 안착을 지원하며 성과를 창출했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은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합병 시너지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연구기관(ARPA_E) 출신의 김필석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환경과학기술원장으로 영입했다.
기술·현장형 인사를 전진 배치하는 기조는 10월 단행된 조기 인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10월 김종화 SK에너지 사장, 최안섭 SK지오센트릭 사장, 이상민 SK아이이테크놀로지 사장 등 이공계 출신 최고경영자(CEO) 3명을 선임했다.
SK이노베이션 E&S(옛 SK E&S)는 사내독립기업(CIC) 체제로 운영하되, 통합적이고 속도감 있는 운영개선(O/I) 추진을 위해 관리조직 기능을 통합해 합병 시너지를 강화한다.
배터리 사업 자회사 SK온은 피승호 SK실트론 제조·개발을 제조총괄로 선임하며 '하이닉스 DNA'를 이식받는다. 피 본부장은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R&D 실장 등을 담당하며 웨이퍼의 자체 개발을 주도,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소재·부품 국산화를 이끈 성과를 냈다.
SK온은 이번 조직 개편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CEO 직속으로 독립 편제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한 수익성 둔화의 돌파구로 꼽히는 ESS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는 첨단소재와 그린, 바이오 등으로 분산됐던 투자 기능을 '포트폴리오 관리'(PM) 부문으로 일원화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사업재편) 속도를 높인다. PM 부문은 기존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에서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재편됐다.
이 외에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기존의 8개 위원회 체제를 유지하며 계열사 현장으로 인력을 전진 배치했다. 이를 통해 현장 중심의 실행력을 강화하고 그룹 차원의 기업문화 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SK그룹 관계자는 "기술, 현장, 글로벌 중심의 인사를 통해 사업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시 인사를 통해 빠른 조직 안정과 실행 중심의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