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 vs. 월가…트럼프 2기 뒤흔들 ‘100일 전쟁’

입력 2024-12-0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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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제조업 선임 고문에 나바로
1기 때도 나바로 vs 므누신 대립
관세·대중 정책 둘러싸고 온도차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가 경제 라인에 트럼프의 신조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를 추종하는 인사들과 월가 베테랑들 배치해 내부 갈등의 불씨를 안고 출범하게 됐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5일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자신에 세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첫 임기 때 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두 가지 신성한 원칙을 집행하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이고 끈질겼던 인물인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 국장을 무역 및 제조업 선임 고문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등 불공정한 무역협정을 재협상하는 데 도움을 줬고 모든 관세와 무역 관련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했다”며 “그는 이제 제조업과 관세, 무역 의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소통하는 임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나바로 전 국장은 트럼프 1기 정부 때 미·중 무역전쟁의 설계자였다. 2021년 1월 미국 의회 습격 사건과 관련해 의회 증언을 거부해 수감되기도 한 트럼프의 충신이자 강경파로 MAGA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또 나바로는 월가 출신을 경계해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스티브 므누신과도 암투를 벌였다. 골드만삭스 출신인 므누신은 중국에 너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당시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나바로 전 국장과 대립각을 세웠다. 트럼프 당선인은 나바로 전 국장 측으로 기울었고, 므누신 장관의 정권 내 입지는 줄어들었다.

나바로 전 국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직후인 지난달 6일 “차기 정권은 MAGA파와 월가파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재무장관과 같은 요직에 월가 출신이 임명된다면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내년 1월 출범하는 새 의회는 새 각료 인준 작업에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에 100일간의 정책은 법안이 아닌 100개 이상의 대통령령이 움직일 것”이라며 “대통령령 초안을 만드는 것은 각료가 아닌 백악관 참모들로, 1기 정부 때 일을 잘해 온 베테랑들이 그러한 직책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취임 100일 안에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차기 재무장관 인사에서도 일관되게 월가 출신을 고집했다. 지난달 미국 재무장관에 스콧 베센트 키스퀘어그룹 창업자를 지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도 후보군에 포함됐으나 트럼프 당선인이 금융 경험을 중시해 제외됐다고 전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재무장관에 ‘보호자’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닛케이는 풀이했다. 내년 1월 또 직면하게 되는 정부 부채 법정 한도 대응이나 감세 정책으로 인한 재정 악화 속 국채 관리, 금융위기 발생 시 대응은 시장에 정통한 수장이 적임자다.

한편 금융시장에서는 월가에서 경력을 쌓은 베센트의 기용 소식에 ‘상식파’ 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고관세 등 트럼프 정부의 통상 분야 강경론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왔다. 하지만 나바로 전 장관의 재등판은 이러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다고 닛케이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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