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수입규제 조치에도 미국 내 공급과잉 여전
내년 수요 증가율도 한 자릿수로 둔화할 전망
글로벌 탄소중립 움직임에 발맞춰 몸집을 키우던 국내 태양광 업계에 먹구름이 꼈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인한 공급 과잉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6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간한 '2025년 경제 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폴리실리콘부터 잉곳, 웨이퍼, 셀, 모듈까지 이어지는 태양광 밸류체인(가치사슬)에서 중국 기업 점유율이 8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잉곳과 웨이퍼는 중국 기업들이 98%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낮은 생산비용을 등에 업고 전 세계 태양광 시장에 저가 물량 공세를 펴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생산능력이 글로벌 수요를 크게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중국의 모듈 생산능력은 연간 861기가와트(GW)로, 전 세계 모듈 설치량(390GW)의 2배 이상이다.
미국은 중국산 태양광 제품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높이고, 최근 말레이시아·베트남·캄보디아·태국 등 동남아 4개국을 우회해 수입되는 중국산 셀과 모듈에도 본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등 중국 공급망 배제에 나섰다.
그러나 중국산 제품이 워낙 저렴한 데다 미국 내 남아있는 재고 부담도 여전해 효과는 제한적이다. 미국 내 모듈 가격은 와트(W)당 29센트, 퍼스트 솔라 30센트, 말레이시아 징코솔라 13센트(3분기 평균 판매가격) 등으로 물류비 등을 고려해도 비중국산 제품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
글로벌 생산거점을 확장하던 국내 태양광 업계도 수익성이 악화했다. 한화솔루션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올해 1~3분기 누적 318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OCI홀딩스는 하반기 미국 관세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동남아 주요 고객사의 공장 가동률이 낮아짐에 따라 판매량이 감소했다.
사업 환경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려울 전망이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NEF)는 올해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전년 대비 31.8% 증가한 444GW로, 내년 수요는 올해보다 9.2% 증가하는 데 그쳐 성장률이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1월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현재 태양광 생산업체들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최근 미국 정부는 반도체지원법(칩스법) 보조금 대상에 태양광 잉곳과 웨이퍼를 포함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보조금 지원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만큼 혜택이 축소되거나 사라질 우려가 크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현지에 잉곳, 웨이퍼, 셀, 모듈을 모두 생산하는 통합 생산단지를 짓고 있고, OCI홀딩스도 합작법인을 통해 잉곳, 웨이퍼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태양광 업계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공급망을 배제하는 데 더욱 힘을 싣는다면 오히려 여건이 좋아질 거란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IRA가 축소 또는 폐지된다면 미국 내 생산능력이 추가로 확대되지 못하면서 공급 과잉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