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미국 무역정책으로 불확실성 커져"
"통화 여건 완화, 제조업 투자 회복...내수 살아날 듯"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9%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획재정부는 6일 AMRO가 이런 내용을 담은 올해 연례협의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AMRO는 11월 14일부터 29일까지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최근 경제 상황과 전망, 리스크와 취약성, 정책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는 연례협의를 진행했다.
AMRO는 "한국 경제는 2024년 2.2% 성장한 뒤 2025년에는 글로벌 경제 환경, 특히 미국 무역정책에 대한 높아지는 불확실성을 반영해 1.9%로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내수는 통화 여건 완화와 제조업 투자 회복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나 반도체 사이클의 하락, 미국의 관세 인상 가능성을 감안할 때 수출 모멘텀은 둔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AMRO는 "금융 안정을 지키면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속해서 경계심을 가지고 거시경제 정책 조합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가 상승률에 대해선 "국내 식품 가격의 안정과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완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은 올해 2.3%, 내년 1.8%로 전망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단기적으로 더 완화될 것으로 예상돼 내수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통화정책의 긴축 정도를 지속해서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AMRO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의 신용 품질은 팬데믹 경기 침체로부터의 회복이 미약하다는 점으로 인해 계속 악화하고 있다"면서도 "은행과 비은행금융기관의 자본 적정성 비율이 규제 기준을 훨씬 웃돌고 은행의 유동성 자금이 충분해 금융 시스템은 여전히 건전하다"고 했다. 또한 프로젝트파이낸실(PF) 해결을 위한 종합 대책도 마련돼있다고 봤다.
재정 적자와 관련해선 "법인세 감소에 따른 세수 감소로 확대됐다"며 "재정 지출은 예상보다 적게 증가했는데 이는 주로 지방 정부 및 교육에 대한 의무 이전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사회보장기금을 제외한 2024년 재정 적자는 2024년 예산상 적자 3.6%와 2023년 실제 적자 3.6%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재정 기조는 약간 확장적이었는데 내수 부진을 고려할 때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AMRO는 한국 경제를 둘러싼 위험요인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중동 분쟁 등을 꼽았다. AMRO는 "차기 미국 행정부가 수입 관세를 대폭 인상할 경우 한국의 수출 전망은 악화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미국, 유럽, 중국의 급격한 성장 둔화는 글로벌 수요를 위축시켜 한국의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중동분쟁과 관련해선 "중동 분쟁이 더욱 격화되면 에너지 가격과 운송비가 상승할 수 있다"며 "기상이변으로 인해 농업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 식량 가격이 상승할 수 있고 인플레이션 압력은 유류세와 전기 요금 조정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AMRO는 "정책금리 인하는 가계 대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기존 대출자의 부채 부담을 완화하고 내수를 북돋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금리 인하는 문제가 있는 PF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행사, 건설사, 비은행금융기관의 자금 여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거시건전성 조치는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AMRO는 "투기 지역에 여러 채의 주택이나 부동산을 소유한 대출자에 대해 현재의 엄격한 담보인정비율은 유지돼야 하지만, 실수요를 지원하기 위해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담보인정비율 정상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AMRO는 "팬데믹 이후 축소된 재정 여력을 감안할 때, 재정 여력을 재건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중기 재정 통합 프로그램이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재정 규율을 강화하고 세입 증대 및 지출 구조조정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