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마이데이터, 잘 쓰면 ‘약’…“돈은 누가 내죠?” [빗장 걸린 디지털헬스]

입력 2024-12-1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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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12-11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의무기록 디지털화, 저절로 되는 것 아냐”…임준석 연세의료원 디지털헬스실장 [인터뷰]

▲임준석 연세의료원 디지털헬스실장 겸 연세의대 영상의학 교수가 최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디지털헬스센터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임준석 연세의료원 디지털헬스실장 겸 연세의대 영상의학 교수가 최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디지털헬스센터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환자 개인에게 부작용이 돌아가선 안 됩니다. 사회적 컨센서스가 먼저입니다.”

의료마이데이터 활용 전망을 묻자 임준석 연세의료원 디지털헬스실 실장(영상의학과 교수)이 가장 힘줘 말한 의견이다.

환자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은 좋지만, 정보 유출과 민간기업의 영리 목적 활용 등 상상할 수 있는 부작용을 어떻게 예방할지 체계적인 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효성 있는 정책과 데이터 품질 고도화를 위한 정부, 의료계, 국민의 공감대도 형성해야 한다.

이에 임 실장은 “의료마이데이터 활용 방안과 확장성은 무궁무진하지만, 안정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그만큼 엄청난 재원과 사람들의 노력이 투입돼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본지는 최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디지털헬스센터에서 임 실장을 만나 의료마이데이터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들었다. 임 실장은 2020년 디지털헬스실장으로 부임해 5년째 연세의료원의 행정, 의료 연구, 보안 등과 관련한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의료마이데이터는 낱개의 의료기관에 흩어져 존재하는 개인의 진료, 검진결과, 투약기, 백신 접종 등 각종 건강정보들을 통합적으로 조회·활용하는 데이터 생태계를 의미한다. 금융 분야에서는 이런 마이데이터가 활성화한 반면, 그간 의료 영역에서는 데이터 열람·전송·제공 등이 엄격하게 제한됐다.

▲임준석 연세의료원 디지털헬스실장 겸 연세의대 영상의학 교수가 최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디지털헬스센터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임준석 연세의료원 디지털헬스실장 겸 연세의대 영상의학 교수가 최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디지털헬스센터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정부는 의료마이데이터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병원, 공공기관, 개인 사이에서 정보 전송을 중개하는 ‘건강정보 고속도로’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해당 사업의 1차 시기에는 불참했지만, 고심 끝에 최근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참여를 주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정부가 데이터의 주체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아서다.

임 실장은 “진료를 실시하면 병원과 의사는 그에 따른 진료비를 받고, 환자는 필요한 조치를 받는다”라며 “병원, 의사, 환자 세 주체가 모두 원하는 바를 얻고 진료가 마무리된 자리에 부산물로 의료데이터가 남는 것인데, 이를 특정한 한 주체의 소유물로 취급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건강정보 고속도로는 환자에게 방점을 찍고 주체성과 편의성을 제고하려는 서비스”라고 부연했다.

의료마이데이터가 환자들에게 이익이 되려면, 고품질의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공급·유지돼야 한다. 이는 의료데이터 생산자인 병원과 의사들의 손에 달려있다. 국내 대학병원들은 대부분 자체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유지·보수를 위해 해마다 수백억 원을 투입한다.

대학병원이 원내 EMR 운영과 디지털 정보 관리를 위해 별도로 소프트웨어 전문 자회사까지 설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의 기여에 합당한 정부 지원은 논의된 바 없다.

▲임준석 연세의료원 디지털헬스실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보를 열어볼 수 있는 권한은 환자가 지정한 의료진, 환자 본인, 환자가 지정한 대리자 등으로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임준석 연세의료원 디지털헬스실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보를 열어볼 수 있는 권한은 환자가 지정한 의료진, 환자 본인, 환자가 지정한 대리자 등으로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임 실장은 “의료기관은 고품질 데이터를 위해 노력했는데, 이에 대한 지원이나 부담 분담계획은 없이 갑자기 정부의 정책에 따라 데이터 주도권을 모두 환자에게 넘겨주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의료기관이 준수해야 하는 데이터 관련 고시는 수시로 바뀌는데, 이를 따라가기 위해 투입하는 유지비용만 1년에 120억 원 이상이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임 실장은 “정부가 의료기관의 EMR 유지·보수 비용을 지원해 개별 병원들의 부담을 경감하는 방식의 인센티브가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보 보안과 사용 목적 및 범위를 명확히 정하고, 환자에게 불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했다.

현재 추진 중인 건강정보 고속도로는 정부가 나의건강기록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정보 전송과 수신의 중개자 역할을 담당한다. 이런 중개 플랫폼이 민간기업으로 대체되거나, 정보가 민간보험사로 넘어가면 데이터가 영리 목적으로 활용될 위험이 크다.

임 실장은 “무엇보다 정부가 중개자 역할을 넘어서, 정보를 들여다보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된다”라며 “정보를 열어볼 수 있는 권한은 환자가 지정한 의료진, 환자 본인, 환자가 지정한 대리자 등으로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중앙에서 정보를 저장하지 않고, 암호화된 형태로 정보를 전송한 뒤에 엔드 포인트에서 이를 복구하는 방식으로 보안 기술을 계속해서 고도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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