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용 리스크 빨간불 켜졌다” [탄핵 불성립]

입력 2024-12-08 08:59 수정 2024-12-0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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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가 탄핵정국과 국정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어렵게 쌓아 올린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에 흠집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계엄령 사태 후 첫 거래일인 4일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 원가량의 주식을 팔았다. 속내에는 원화 자산에 대한 불안과 불신이 담겨 있다. 증시 밸류업(가치 제고)을 추진하던 정부가 도리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무디스·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사는 국가별 신용평가 시 ‘정치적 안정성’을 중요한 평가 요인 중 하나로 꼽는다.

피치는 한국 신용등급을 ‘AA-’로 평가한다. 2012년 ‘A+’에서 ‘AA-’로 상향 조정한 뒤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S&P와 무디스는 각각 ‘AA’와 ‘Aa2’를 부여하고 있다. 신용등급 전망은 모두 ’안정적‘이다.

시장의 관심은 신용평가사들이 탄핵 정국 속 한국의 신용등급에 변화를 줄지다.

피치는 ‘정치적 변동성에도 한국의 신용 펀더멘털(기초여건)은 건재하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정치적 위기가 장기화하거나 지속적인 정치적 분열로 정책 결정의 효율성, 경제적 성과 또는 재정이 약화될 경우 (신용)하방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기본적인 전망은 정치 불확실성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AA-/안정적’을 뒷받침하는 경제·대외 신용도를 지속적이고 실질적으로 위협하진 않는다는 쪽으로 설정했다.

무디스는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하면 결국 신용에 ‘부정적’(Credit Negative)일 수 있다고 했다. 무디스는 “(한국의) 정치적 불안이 제때 해결되지 않으면 중요한 법안을 효과적으로 통과시키거나 다양한 위기에 대응하는 정부 역량이 약화할 수 있다”며 “이러한 위기에는 취약한 경제 성장 전망, 어려운 지정학적 환경, 인구 고령화로 인한 구조적 제약 등이 포함된다”고 했다. 정치적 위기가 제때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 정부가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시급한 사안에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S&P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발 빠른 조치에 나서 시장의 변동성은 제한되고 있으나 투자심리가 정상화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며 “경제, 금융, 재정, 신용 지표가 받은 충격의 강도도 명확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S&P는 ‘계엄 사태’에 따른 부정적 시장 심리에도 이번 영향이 향후 1∼2년 내 한국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가져올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국가 신인도 하락은 없었지만,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금리 홤율 추이 
자료=한국기업평가
▲금리 홤율 추이 자료=한국기업평가

피치는 2016년 말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AA-’로 유지했다. S&P 역시 “대통령 탄핵이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무디스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첫 평가인 2017년 2월 21일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2로 유지했다. 무디스는 “미래의 정치 리더십, 정책 결정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기업 투자와 고용을 지연시켜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짓누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 시기에도 글로벌 신평 3사는 탄핵 이슈를 반영하지 않았다. 한국 경제가 탄핵사태로 인한 정치적 혼란을 궁극적으로 안정할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부평가를 떠나 한국경제가 쉽지 않은 길을 걸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비상계엄 사태가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기업들의 투자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하는 등 내수 침체가 이어진 바 있다. 특히 내년부터 1%대 저성장 국면이 예고된 상태라 정치 불안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유난히 많다.

대외 신인도 추락을 막을 해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이른 시일 내에 정치 리더십을 회복하고, 기업 경영이 정상화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한다.

한 신용평가업계 고위 관계자는 “혼란이 길어지면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려 잡는 신용도 압박이 될 수 있다. 특히 정부 지출과 직결되는 국회 예산안 통과가 안 되고 있는 점이 최대 리스크”라며 “정치와는 별개로 경제 펀더멘털이 일관성을 이어가 국가 재정과 채무 상환 능력에 변동이 없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경영 활동에서도 예정됐던 투자, 고용, 수출 계획 등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기업 동력을 추진해야 한다”라며 “정책 집행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해외 투자자와 신평사들을 자극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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