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국힘 의원 호명에 시민들 함께 제창
경찰 측 비공식 추산 14만9000여 명 국회 집결 퇴진 촉구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퇴장으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허탈해하며 여당 의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같이 부르면서 표결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7일 오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의결 표결에 참여한 이후 본회의장을 속속 빠져 나갔다. 국민의힘 의석에는 안철수 의원만 남았다.
탄핵소추안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인 200명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107명이 본회의에 불참함에 따라 윤 대통령 탄핵안은 의결 정족수 '200명'에 미치지 못해 아예 '투표 불성립' 처리 가능성이 커졌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탄핵소추안 제안설명을 하면서 단체 퇴장한 국민의힘 의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본회의장으로 복귀할 것을 호소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자리에 일어나서 박 원내대표와 함께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결 참여를 촉구했다.
이를 생중계로 지켜보던 시민들은 박 원내대표가 부르는 의원들의 이름을 함께 따라 부르며 탄핵안 투표를 촉구했다.
30대 정모 씨는 "있어야 할 본희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게 말이 되냐"며 "오늘 자리를 떠난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했다.
SNS에서도 허탈해 하는 반응들이 나왔다. 한 트위터는 "탄핵 표결 앞두고 아예 나가버린 여당 의원들 돌아오라고 의원 이름 하나하나 호명하는 거 진짜 눈물 날 거 같다"며 "국회 앞 시위 참여중인 시민들도 같이 외치고 계시는데 이게 맞냐"고 했다.
한편 이날 국회의사당 앞에는 탄핵안 가결과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인파 14만9000여 명(오후 5시 30분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이 운집했다. 국회부터 여의도공원까지 폭 100m가 넘는 국회대로 약 500m에 탄핵을 요구하는 시민 인파가 가득차면서, 한 때 9호선 국회의사당역과 여의도역에서 열차가 무정차 통과하기도 했다.
같은 날 31개 대학교 학생들은 ‘윤석열 퇴진 대학생 시국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내란수괴 윤석열을 탄핵하라”,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국회 앞으로 나섰다.
법조계에서는 대한변호사협회와 지방변호사회 전·현직 인권이사 등 변호사들은 오후 국회 정문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를 향해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했다.
변협은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 “위헌적인 비상계엄 선포로써 국헌을 문란케 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며 “헌법과 법치주의 질서 회복을 위해 윤 대통령은 헌법 절차에 따라 탄핵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대국민 담화에서) 사과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어떤 책임을 지겠다는 말은 없었다”며 “자기 변호를 하고 헌법파괴 범죄를 단순히 불안과 불편을 끼친 일로 축소했다”고 비판 성명을 냈다.
문화계에서는 영화감독조합(DGK)를 비롯해 77개 단체와 영화인 2500명은 이날 배포한 긴급 성명에서 “대한민국의 영화인들에게 윤석열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닌 내란죄의 현행범일 뿐”라며 “신속하게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키고 파면·구속하라”고 주장했다.
성명에는 봉준호·정지영·변영주·장준환 감독과 배우 문소리, 조현철 등이 포함됐다.
이날 집회에 직접 나서지 못한 시민들은 국회 인근 카페에 음료를 선결제하며 참여자들을 응원했다. 전날과 이날 X(구 트위터)에는 “집회 참여자를 위해 커피를 선결제해뒀으니 받아가라”는 내용의 글이 줄줄이 게재됐다. 작성자들은 게시물에 커피를 미리 결제해둔 카페 위치와 함께 음료 수량까지 안내해뒀다.
반면 이날 광화문 일대에서는 보수성향 단체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자유통일당, 전국안보시민단체총연합 등의 맞불 집회가 열렸다.
주최측 주장 100만 명(경찰 비공식 추산 2만 명)이 모인 이날 집회의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면서 "대통령을 지켜내자", "이재명을 구속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김 여사 특검법이 부결돼 자동폐기되고 여당 의원들의 퇴장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무산 가능성이 커지자 일제히 환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