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쓰나미 피했지만...'데드덕' 불가피 [탄핵 불성립]

입력 2024-12-07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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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윤 대통령은 일단 직무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비상계엄으로 국가 전체를 혼란에 빠뜨린 데 대한 국민의 불신과 2선 후퇴 선언으로 리더십을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레임덕(권력 누수)'을 넘어 '데드덕(권력 상실)'에 빠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부 역시 국정 동력을 상실해 '식물 정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오후 본회의에 상정된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는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만이 참여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려면 재적 의원 300명 중 3분의 2인 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서 탄핵소추안은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 폐기됐다.

이번 탄핵안 표결은 윤 대통령이 3일 심야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나흘만에 이뤄졌다. 2004년 고 노무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3번째였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날 투표불성립은 오전 윤 대통령의 2분 남짓 사과가 여당 의원들을 결집시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저는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해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며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사과했다. 특히 "제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 정국 안정 방안은 당에 일임하겠다.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2선 후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여권이 계엄 사태 사과와 함께 요구해온 임기 단축과 거국 내각 구성, 2선 후퇴 등을 수용하면서 몸을 낮춘 것이다. 탄핵에 공개적으로 찬성했던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담화 직후 탄핵 반대로 입장을 선회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트라우마와 정권 조기 교체 및 두 번째 탄핵으로 인한 보수 궤멸, 당 해체 우려 역시 부결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관련해 제안설명을 마치고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국민의힘 의원 이름을 부르며 표결에 참여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관련해 제안설명을 마치고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국민의힘 의원 이름을 부르며 표결에 참여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윤 대통령은 고비를 넘기며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지만 국정 운영 주도권은 총리실과 당에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선 제기할 것으로 전망되는 책임내각제의 경우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총리가 대부분의 권한을 대행하고 당과 협의하는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대통령은 통치 장악력을 잃게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권에선 임기단축 개헌과 거국중립내각 등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어떤 방식을 택하든 정부는 물론 대통령실 역시 기능 마비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끝난 뒤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의 정상적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최선의 방식을 논의하고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긴급 회동했다. 한 대표는 내일 다시 한 총리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리더십을 잃은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죄 수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전날 윤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 의혹 수사를 위해 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구성했다. 2016년 박 전 대통령 수사를 위해 특수본을 설치한 지 8년 만이다. 박세현 서울고등검찰청장을 본부장으로, 김종우 서울남부지검 2차장을 차장검사에 투입했다. 내란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란죄는 검찰의 직접적인 수사 대상은 아니나 직권남용 등 다른 사건에 대한 관련 사건으로 수사할 수 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여기다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일제히 동일 사안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고, 상설특검까지 가동될 가능성도 커졌다.

탄핵안 재발의 등 야권에 대한 압박 공세도 거세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11일 임시국회에서 탄책소추안 재발의를 예고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일인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긴급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일인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긴급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민심이반은 가속화하고 있다. 앞서 한국갤럽이 3~5일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윤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 비율은 16%로 집계됐다. 특히 비상계엄이 선포된 뒤인 4~5일 기준 지지율은 13%까지 급락했다. 부정 평가율은 80%까지 치솟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하면 된다.)

갤럽 측은 "이는 국정농단 사태 초기인 2016년 10월 넷째 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전후 양상과 흡사하다"고 분석했다. 당시 2016년 10월 넷 째주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17%였지만 11월 첫 주 5%로 주저앉았다.

계엄 선포 이후 각 분야에선 하야와 탄핵을 촉구하는 요구가 빗발쳤고, 이날 전국 곳곳에서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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