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 아파트 자리에 공공임대주택?… 당첨 취소자 “지위 승계는 어디로”

입력 2024-12-0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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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와 수도권 공공택지의 사전청약 접수가 진행된 3기 신도시 한 사전청약 접수처에서 시민들이 청약 안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3기 신도시와 수도권 공공택지의 사전청약 접수가 진행된 3기 신도시 한 사전청약 접수처에서 시민들이 청약 안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민간 사전청약을 취소한 건설사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의 토지 공급계약을 취소하고 해당 부지에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을 짓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자들은 당첨 지위 승계를 통해 타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법적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제일건설은 인천 영종국제도시 A16BL 택지를 활용해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민간 제안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해당 택지에는 당초 ‘제일풍경채 영종국제도시’(A16BL)가 들어서기로 했으나 공사비 상승으로 떨어진 사업성에 발목을 잡혔다. 2022년 사전청약을 마치고 올 7월 본청약 예정이었으나 당첨자들은 10월이 돼서야 공급 계약을 취소한다는 안내문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건설사가 사업을 포기하면 계약금(공급가액의 10%)와 가산금리를 위약금으로 내고 공급받은 공공택지는 반환한다. 실제로 현재(5일 기준) 민간 사전청약 취소 단지 7곳 중 6곳의 시행사는 LH에 토지를 반납하고 계약을 해지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란 민간이 공공의 지원을 받아 건설·공급하는 주택이다. 시세 대비 95%의 임대료로 10년 이상 장기임대한 후 분양이 가능하다.

지난해까지 고금리에 사업성이 저하되며 건설사의 외면을 받던 사업이지만, 올 상반기 관련 제도가 개선되며 참여를 원하는 기업이 늘었다. 지난달 HUG가 올해 두 번째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민간제안사업 공모를 한 결과 총 14개 사업자(1만842가구)가 우협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2차 공모(4개 사업자, 1800가구)보다 6배 많은 수치다. 여기에 제일건설도 포함됐다. 제일건설은 입주자 모집 시 사전청약 당첨이 취소된 80여 명에게 입주권을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해당 단지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이 같은 조치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 당첨자는 “2년 동안 철석같이 내 집이 생길 것이라고 믿고 있다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며 “다시 몇 년을 기다려서 임대주택 입주권을 준다고 하면 누가 환영하겠냐”고 토로했다.

HUG는 이에 대해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HUG 관계자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서 제일건설의 우협 선정을 완료했을 뿐”이라며 “해당 부분은 국토부 하에서 논의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현재 LH는 공고문상 혼란을 줄 수 있어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다. 검토 완료 일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사전청약 당첨 취소자들이 원하는 것은 당첨자 지위 승계다. 사전청약에 당첨되더라도 다른 아파트 본청약에 청약통장을 접수할 수 있었던 공공 사전청약과 달리, 민간의 경우 당첨자 지위를 포기해야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피해 구제 차원에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을 통해 민간 사전청약 당첨자의 중복 청약을 허용하기로 했다. 사업 취소로 피해를 본 이들의 청약통장 가입 이력을 복구하는 한편 납입 횟수와 납입액도 인정한다.

당첨 피해자들은 이 같은 대책에 실효성이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청약통장을 되살리더라도 시간 경과에 따라 당첨자 자격 요건이 바뀌거나 부모의 사망이나 미성년 자녀의 성장 등으로 특별공급 자격이 사라지는 등의 변화는 보상이 불가해서다.

민간 사전청약 피해자들로 구성된 ‘사전청약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공공의 신뢰 보호를 위해 지위 승계를 검토해본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관련 내용을 담은 청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상정돼 소위원회로 회부된 상태다.

국토부는 지위 승계가 어렵다는 뜻을 표하고 있다. 사전청약 외 본청약만 진행하는 단지에서도 지난해만 889명의 당첨취소자가 발생했는데 이들과의 형평성 측면도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국토부 관계자는 “당첨자 지위 유지를 선택한 이들의 피해를 실질적으로 구제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 목적으로 5일 비대위와 만나 피해 구제 방안에 관한 면담을 진행했다.

업계에서도 당첨자 지위 승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사전청약 계획대로 본청약을 문제없이 진행했을 경우 얻을 수 있었던 이익 등을 근거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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