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협상대상자 선정된 체코 원전 수주, 내년 3월 본계약 우려
정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체코 원전 수주에 총력"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대왕고래 프로젝트)와 체코 원전 수출 등 현 정부의 산업 분야 핵심 국정 과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정 동력과 대외신인도에 치명상을 입은 데다, 한동훈 국민의 힘 대표가 윤 대통령에 대해 '사실상 직무 배제' 방침을 밝혀 국정 운영 주도권도 상실했기 때문이다.
8일 정부 등에 따르면 '대왕고래'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이번 주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의 부산 입항을 시작으로 예정대로 첫 탐사시추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 프로젝트는 6월 윤 대통령이 직접 긴급 대국민 브리핑을 통해 공개한 이후 계속 야당의 공세를 받아왔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관련 예산 497억 원 전액을 삭감하기도 했다.
시추공 하나를 뚫는 데에는 10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데, 정부는 애초 절반인 약 500억 원은 정부의 예산 지원으로 나머지 절반은 석유공사의 자체 재원으로 조달하게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산이 삭감되면서 재무 여건이 열악한 석유공사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전액 비용을 자체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차 시추는 9일 시추선이 한국에 들어온 후 이달 중순께 시추 해역으로 이동해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된다. 이후 2개월 여의 작업과 시료 분석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첫 탐사시추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문제는 1차 탐사시추까지는 어떻게든 석유공사의 자체 재원 부담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하반기 이후로 예상된 추가 탐사시추 추진의 불확실성은 커졌다는 점이다.
정부는 약 20%의 성공률을 고려했을 때 향후 5년간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는 것을 계획했고 2차 시추부터는 해외 투자를 받아 진행한다는 방침이었다.
다만 국내 정치 불확실성으로 인해 외자 유치에 먹구름이 끼었다.
정부 관계자는 "가스전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전방위로 파악해 보려고 해외 투자를 유치하려는 것인데 그것에는 조금 타격이 있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1차 시추 결과가 향후 대왕고래 프로젝트 지속의 결정적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1차 탐사시추에서 얼마나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느냐에 (향후 동력이) 연계돼 있다"고 말했다.
국내 불확실한 정치 상황은 정부 간 계약의 성격이 강한 체코 신규 원전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생태계 복원을 내세우며 원전 수출에 집중한 바 있다.
7월 한국수력원자력을 주축으로 한 '팀코리아'는 24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2기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당시 또 다른 2기의 추가 건설 수주 가능성도 예상돼 이번 선정의 사업 규모가 최대 40~50조 원까지 커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2기의 내년 3월 본 계약 체결마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체코 입장에서는 현재 한국의 혼란한 정치 상황은 물론 정권 교체로 다시 탈원전 정책으로 돌아가 한국 원전업이 위축되고 사업 수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이전처럼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일 순 없을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고, 이미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기 때문에 수주가 무산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예상이다.
현재 정부와 한수원은 일단 목표대로 내년 3월까지 최종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정치적 상황과는 관계없이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라며 "최종 계약 체결에 문제가 없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체코 발주사와 규제 기관은 대표단을 꾸려 9∼13일 한국을 방문해 한수원의 품질 관리 체계를 점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