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XMT·JHICC 저가 D램 쏟아내
DDR5도 공급 증가 우려
글로벌 D램 가격이 폭락하면서 반도체 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IT 수요 부진이 길어지는 가운데, 탄핵 정국으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설상가상이다.
8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올해 7월 2.1달러에서 11월 1.35달러로 넉 달 새 35.7% 하락했다. 특히 지난달 가격은 전달보다 20.59% 급락했다. 올해 들어 낙폭이 가장 컸다.
또 메모리 공급사들의 감산 효과로 D램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하기 직전인 작년 9월의 1.3달러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앞선 반도체 불황에 D램 가격은 2022년 2월 이후 1년 반 정도 하락하다가, 감산 효과와 재고 소진 등에 업황이 회복하면서 작년 10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스마트폰, PC 등 전방 IT 수요 부진이 이어지며 10개월 만인 8월을 기점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이처럼 가격이 급락한 것은 PC 판매 둔화로 범용 제품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반값 공세에 나선 영향이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푸젠진화(JHICC)는 DDR4 8Gb D램을 시중 가격의 절반 수준인 0.75∼1달러에 팔고 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제조사는 DDR4 생산을 줄이고 DDR5 공정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설명회 때 레거시 제품을 축소하고 선단 공정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신 제품에서도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11월 PC용 DDR5 16Gb 제품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3.9달러로 전월의 4.05달러 대비 3.7% 내렸다. 7월의 4.65달러와 비교하면 16.1% 하락한 수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스포스는 "CXMT가 DDR4 생산 능력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메모리 3사는 DDR5로의 공정 업그레이드를 가속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공급 증가 압력이 DDR4에서 DDR5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 연말과 내년 초에 D램 가격은 예상보다 크게 하락할 전망"이라며 "CXMT와 JHICC가 제품 저가 판매에 나서고 있고, 스마트폰 시장 채널 재고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올해 4분기부터 내년 2분기 사이에는 공급 업체들의 D램 가동률 상승과 CXMT의 제품 출하 증가로 인해 공급 증가율이 수요 증가율을 상회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범용 D램 가격은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스마트폰, PC 등의 수요 개선 조짐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수요 부진에 따른 고객사의 메모리 재고 조정도 계속되고 있다.
반도체 시장 선행 지표로 통하는 D램 현물 가격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가 집계한 범용 D램 'DDR4 8Gb 2666'의 현물 가격은 지난 6일 기준 1.764달러로, 연고점인 지난 7월 24일의 2달러 대비 11.8% 내렸다.
D램 현물 가격은 대리점을 통해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거래 가격이다. 통상 4∼6개월 후 기업 간 거래 가격인 고정 거래 가격에 수렴한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경기 부진 지속과 올해 2분기 말부터 시작된 B2C(기업 소비자 간 거래) 재고 조정을 감안하면 메모리 업종의 최비수기는 내년 1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올해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수요 부진 영향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레거시 제품 가격 하락에 따른 공급사의 실적 방어 전략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