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못 믿어”…주식 제치고 채권으로 몰리는 외국인 투자자

입력 2024-12-08 14:11 수정 2024-12-09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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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주식은 매도…국채는 매입
금리 인하·RP 비정례 매입 등 호재로 작용
전문가 “외국인 매매동향 지켜봐야”

외국인 투자자의 투심이 국내 주식을 떠나 채권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연일 악재에 시달리며 투자 매력을 잃어가는 반면, 국채에 투자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면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8일 한국거래소 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6일 외국인은 10년 만기 국채선물 2986계약을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 모든 거래일에 걸쳐 순매수했으며, ‘계엄 리스크’가 번진 직후인 4일도 예외는 없었다. 반면, 코스피(ETF·ETN·ELW 제외)에서는 꾸준히 순매도 포지션을 취했다. 3일 단 하루를 제외하고 모든 거래일에서 순매도했으며, 이날까지 순매도액 총합은 5743억 원이었다.

기준금리 인하가 투심을 자극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한국은행은 11월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종전 3.25%에서 3.00%로 0.25%포인트(p) 인하했고, 내년 말까지 금리를 2.25%까지 낮출 수 있다고 시사했다. 통상 채권 금리 하락은 기존 채권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투자 매력도를 높인다. 10년물 국채 금리도 점진적으로 하락했으며, 2일에는 연중 최저치인 2.697%를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한미 기준금리 스프레드가 역사상 최고치에서 좁혀지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11월 금통위 전후로 한미 국채 스프레드 확대 성격이 변했다”라며 “한국이 국채 금리 하단을 낮추고, 미국도 국채 금리가 반락하는 가운데 한국이 상대적 강세를 보이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라고 설명했다.

한은의 비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시행한다고 선언한 점도 국채를 향한 투심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한은은 4일 임시 금통위를 열고 “원화 유동성 공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RP매매 대상 증권과 대상기관을 확대하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RP매입은 한은이 금융기관의 채권을 환매를 조건으로 매입하는 방식의 유동성 공급 장치이며, 국채, 정부보증채 등이 대상이다.

또한, 글로벌 금융사가 정치적 사건 이후에도 한국 신인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관련 패시브 자금 유입에도 차질이 없을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5일, ‘계엄 선호 및 해제 후 한국 증시 인사이트’ 보고서를 통해 “탄핵 정국이 외국인의 대규모 자금이탈로는 이어지지 않으리라고 전망한다”라고 밝혔으며,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4일, “비상계엄 사태가 몰고 온 여진이 한국의 국가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국내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치 불확실성 고조 속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매매 동향을 지켜봐야 한다”라며 “금리 인하 기대 속 늘어난 외국인 국채 선물 매수 포지션의 급격한 되돌림 시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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