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 후퇴 국면 진입…내년 초 수축 국면 전환
컨센서스 '쇼크' 가능성 가속화…IB "한국 주식 매도 앞당겨야"
탄핵정국이 가뜩이나 어려운 회사들의 실적에 찬물을 붓고 있다. 다가올 4분기뿐만 아니라 2025년 전망까지 안갯속에 들어가게 됐다. 당장 10곳 중 7곳의 회사가 3개월 전보다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가 낮아졌다.
내년은 더 문제다. 상반기 코스피 영업이익 상승세를 이끈 AI 반도체 등 IT 섹터도 흔들리고 있는 데다, 국내 경기가 확장 국면에서 후퇴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내년 초엔 수축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컨센서스 ‘쇼크’ 가능성이 가속하고 있다.
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실적 전망치가 존재하는 4분기 상장사 248곳의 영업이익 전망치 합산액은 57조5613억 원으로 나타남 3개월 전(67조2030억 원) 대비 16.7% 감소했다. 3개월 만에 영업이익 추정치가 줄어들거나 적자로 전환·확대된 회사는 248곳 중 181곳으로 약 73%에 달했다. 10곳 중 7곳 넘는 회사가 영업이익이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불과 3분기에 유가증권시장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축포를 쏘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으로, 시장엔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물론 시장 전망이 마냥 좋았던 것은 아니다. 국내 증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의 성장 둔화세가 짙어지고 있었고, 금융 정도를 제외한 업종은 우하향 흐름을 예상했다.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수출 둔화 등으로 연일 증시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얹어지며,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이미 어려움이 예상됐던 내년 상황은 아예 시계 제로에 들어갔다. 국내 증권사에선 이미 올해 9월 국내 경기가 ‘후퇴 국면’에 진입했는데, 통상적으로 5~6개월 후 ‘수축 국면’으로 전환되는 만큼 연초 수축 국면이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이미 과거 수축 국면이었던 2018년과 2022년엔 ‘어닝 쇼크’를 기록한 바 있다.
이민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IT 컨센서스 흐름을 감안했을 때 2025년 코스피 순이익 컨센서스 달성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면서 “현재 후퇴 국면 진행 기간을 고려해 향후 2~3개월 후 수축 국면이 도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2018년과 2022년 순이익은 직전년도 말 컨센서스 대비 각각 21%, 11% 하회하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라면서 “이에 2025년도 컨센서스 하회 가능성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내년 전망에서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과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고, 일부 IB는 아예 한국 주식 매도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까지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수출 둔화와 D램 가격 하락이 이어지며 한국 기업의 실적 하향 사이클이 지속할 수 있다”라면서 “경제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펀더멘털(기초여건)은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홍콩계 CLSA도 이번 사태에 대해 “비상계엄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7월 이후 실망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온 한국 주식에 반갑지 않은 추가적인 정치 리스크를 얹은 것”이라면서 “한국 주식에 대한 익스포저(노출액) 축소를 며칠 앞당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