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유상증자 신주 1000만주 발행..."자금 쏟기 능사 아냐" 지적도
실적 악화 속 2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 중인 편의점 이마트24를 향한 우려의 시선이 높다. 이 자금을 그룹 계열 브랜드인 노브랜드와의 협업 매장 출점에 사용하겠다는 것인데 노브랜드 매장과의 차별성을 갖추지 못해 이른바 제살 깍아먹기식 '자기잠식(카니발리제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마트24는 12일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신주 1000만 주 발행을 앞두고 있다. 신주 발행가액은 1만 원이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달 중순 이마트24의 신규 출점 확대에 따른 투자 여력 확보를 위해 1000억 원 출자를 결정했다. 이마트24는 0지난달에도 1000억 원 규모의 공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하기도 했다.
이마트24가 2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긴급히 마련한 배경에는 2017년 인수 이후 만성적자 속 재무구조가 악화된 영향이 크다. 이마트24는 2022년 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모두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역시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마트24의 올 1~3분기 누적 매출은 1조644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이 기간 15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부채비율도 올 3분기 기준 649.8%로 1년 전보다 111.8%포인트(p) 늘었다.
이마트24 점포 출점 수도 멈춰섰다. 편의점 4사 공시에 따르면 작년 말 국내 주요 편의점 점포 수는 CU(1만7762개), GS25(1만7390개), 세븐일레븐(1만3130개), 이마트24(6598개) 순이다. 이 중 이마트24는 올 3분기 6437개점을 운영해 전년보다 매장 수가 2.4% 줄었다.
이마트24는 이번에 조달한 2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내년 신규 출점 등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이마트24가 노브랜드와의 협업을 주력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노브랜드 중심 편의점 모델 출점에 자금을 쏟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마트 상품본부 노브랜드 추진팀장 출신인 송만준 대표를 앉힌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업계 전망은 다소 회의적이다. 이마트24와 노브랜드 협업이 기존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데다 별도로 운영 중인 노브랜드 매장과도 포지션이 겹쳐 자칫 한 지붕 아래서 경쟁하는 카니발리제이션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뚜렷한 해결책 찾기 없이 자금 쏟아붓기가 능사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마트는 2014년부터 이번까지 이마트24에 총 12번의 유상증자를 통해 4980억 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24만의 차별화 전략 없이는 일시적인 자금 수혈도 결국 미봉책일 뿐”이라며 “대형마트, 자체 매장 등에서도 노브랜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본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