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험사 CEO 살해 용의자 체포...전문킬러 아닌 ‘수재’였다

입력 2024-12-1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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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이니아주서 맥도날드서 직원 신고로 체포
아이비리그 출신 컴퓨터·데이터 전문가
수익만 추구 업계 비판에 동정여론까지

▲9일(현지시간) 미국 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브라이언 톰슨 보험 부문 최고경영자(CEO)를 총격 살해한 용의자로 체포된 루이지 만조니. A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미국 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브라이언 톰슨 보험 부문 최고경영자(CEO)를 총격 살해한 용의자로 체포된 루이지 만조니. AP연합뉴스
미국 최대 의료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브라이언 톰슨 보험 부문 최고경영자(CEO)를 살해한 용의자가 사건 일주일여 만인 9일(현지시간) 체포됐다. 끔찍한 범행에도 불구하고 수익에만 초점을 맞추는 의료업계에 대한 분노에 공감한 사람들이 암살범을 ‘영웅’이라 칭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뉴욕경찰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톰슨 CEO 살해 용의자인 루이지 만조니를 이날 오전 펜실베이니아주 알투나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만조니는 4일 오전 6시 44분쯤 뉴욕 미드타운의 힐튼호텔 입구 인도에서 소음기가 달린 권총으로 톰슨 CEO를 살해한 후 도주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CCTV에 찍힌 만조니의 얼굴을 공개하고 현상수배에 나섰지만 그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어왔다. 위조 신분증 등으로 경찰 추적을 따돌렸던 만조니는 이날 오전 9시 15분쯤 그의 얼굴을 알아본 맥도날드 매장 직원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미국 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브라이언 톰슨 보험 부문 최고경영자(CEO)를 총격 살해한 용의자 루이지 만조니가 체포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한 맥도날드 앞에서 의료업계 종사자로 알려진 한 여성이 ‘부패한 보험회사 CEO는 떠나야 한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브라이언 톰슨 보험 부문 최고경영자(CEO)를 총격 살해한 용의자 루이지 만조니가 체포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한 맥도날드 앞에서 의료업계 종사자로 알려진 한 여성이 ‘부패한 보험회사 CEO는 떠나야 한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만조니 체포 당시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소음기가 달린 권총과 건강보험사의 이익 추구 행위를 비판하는 성명서가 발견됐다. 경찰이 수색한 그의 배낭에서 3D프린터로 제작한 권총(일련번호가 없는 ‘고스트건’)과 소음기가 발견됐고 9mm 탄창 6개도 가방에 들어있었다.

함께 발견된 성명서는 미국 의료기업의 이익 추구 행위를 전반적으로 비판하는 자필 문서였다. 문서에는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이 언급됐다. 뉴욕경찰에 따르면 자필문서의 내용은 ‘미국 기업의 악의’를 규탄하는 3페이지 분량의 글로, 경찰은 해당 글에 범행 동기와 평소 그의 사고방식이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현장에서 발견된 탄피에 ‘지연(delay)’, ‘거부(deny)’, ‘퇴장(depose)’ 등의 단어가 적혀있었다는 점에서 경찰은 범행이 보험업체의 보험금 지급 거부와 관련이 있는지를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처럼 범행동기가 건강보험사를 포함해 의료보다 이익을 추구하는 의료산업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추정되고 있어, 미국인들이 충격적인 살해 사건에도 불구하고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사람들이 의료산업에서 겪은 끔찍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만조니를 ‘영웅’이라 부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동정 여론이 극대화해 경찰 수색을 방해하자는 소셜미디어(SNS) 게시글까지 공유됐다. 엑스(X·옛 트위터)에는 경찰에게 가짜 정보를 넘기거나, 범인처럼 옷을 입어 혼란스럽게 만들자는 제안이 올라왔고, 7일 뉴욕 워싱턴스퀘어파크에서는 한 단체가 범인 닮은꼴 콘테스트를 열었다. 만조니의 신원 정보가 알려진 뒤에는 그의 SNS 계정 팔로어 수가 수만 명 늘기도 했다.

경찰은 이에 “어두운 구석에서 살인범이 영웅으로 칭송받고 있다”면서 “사람들이 미국의 의료 시스템에 불만을 지닌 점은 이해하지만, 정책 견해의 차이를 이유로 사람을 죽이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만조니를 사문서 위조, 면허 없는 총기 소지, 기록 또는 신분증 변조, 범죄 도구 소지, 법 집행 기관에 대한 허위 신원 확인 등 5가지 혐의로 기소했으며 살인 혐의와 관련한 추가 조사를 하고 있다.

수사 초기 전문 킬러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만조니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컴퓨터·데이터 전문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26세인 만조니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한 사립고교를 수석 졸업하고 아이비리그에 속한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컴퓨터공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부동산 사업과 노인재활센터 체인 등으로 부유한 가문 출신이기도 하다.

그는 SNS 활동도 활발히 했던 것으로 확인됐는데, 폭탄 테러리스트로 악명 높은 유나바머를 ‘정치적 혁명가’로 평가한 에세이 후기가 발견되기도 했다. 만조니는 유나바머에 대해 “폭력적인 개인으로 수감됐지만, 그의 행동은 미친 광신도보다는 극단적인 정치 혁명가의 행동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고 썼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 대변인은 만조니 체포 소식에 “오늘의 체포가 말할 수 없는 비극의 영향을 받은 많은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안도감을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20년 이상 유나이티드헬스그룹에서 일한 톰슨 CEO는 2021년 주력사업인 건강보험 부문 CEO 자리에 올랐다.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연례 투자자 행사에 참석하려다가 총격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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