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퀄컴'과 차량용 칩 첫 협력
LG전자, 차량용 MCU 개발ㆍ인증
자율주행 기술 발전, 전기차(EV) 전환 가속화 등으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파트너십 강화, 자체 솔루션 개발 등 시장 선점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모양새다.
10일 시장조사업체 욜에 따르면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부터 연평균 11% 상승해 2029년에는 97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한 대당 탑재되는 반도체 수 역시 지난해 800개에서 2029년에는 1100개로 37.5%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2029년에는 차량 한 대당 탑재되는 반도체 가치가 약 10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욜 관계자는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과 EV 전환이 차량용 반도체 시장 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전력 반도체,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메모리 등 여러 솔루션이 이러한 기술을 확산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메모리 기업들은 차량용 반도체 시장 1위인 미국 마이크론을 따라잡기 위해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지난해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서 지난해 삼성전자 점유율은 32%로, 마이크론(44%)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퀄컴의 프리미엄 차량용 플랫폼인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 솔루션에 탑재되는 차량용 메모리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LPDDR)4X 인증을 획득하며 제품 공급을 시작했다. 양사가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퀄컴에 최대 32기가바이트(GB) LPDDR4X를 공급해 프리미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시스템을 지원한다. 영하 40도에서 영상 105도까지의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보장하는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이어 차세대 제품인 LPDDR5까지 양산해 퀄컴에 공급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와 협력하고 있다. 일명 ‘구글카’로 불리는 자율주행 차량 ‘로보택시’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공급하는 제품은 HBM2E(3세대)로, HBM의 적용 분야를 기존 데이터센터에서 차량까지 대폭 확장했다는 평가다.
LG전자는 처음으로 직접 차량용 고성능 반도체인 MCU를 자체 개발하기도 했다.
이 제품은 인포테인먼트에 적용돼 오디오, 비디오, 네비게이션 등 시스템을 모니터링하고, 차량 내 통신을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지난달 독일 시험·인증 전문기관 TUV 라인란드로부터 안전과 신뢰성 인증도 받았다.
AI 기술 구현을 위해 고성능 반도체가 필수적인 만큼 LG전자는 유수의 기업과 협업해 반도체 개발 역량을 지속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달 캐나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와 협업해 모빌리티를 포함한 다양한 영역에서 시너지 창출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김진경 LG전자 SoC 센터장은 “차량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와 설계 역량을 강화해 미래 모빌리티 영역에서 경쟁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