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는 없는데 상품만 강요..녹색금융 전시행정 전락

입력 2009-07-2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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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산업 활성화 뒷전 관련 시장부터 먼저 개척해야"

정부가 최근 녹색기업 금융지원 강화를 위해 신용보증기금 규모를 올해 2조8000억 원에서 2013년까지 7조원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탁상공론’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가 녹색성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친환경적인 SOC(사회간접자본) 등 친환경 산업을 먼저 추진해야 하는데 이렇다 할 수요도 없는 상태에 금융 상품과 대출만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가 녹색금융 발전을 위해 세금혜택 및 지원금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은행권 내부에서는 이상한(?) 정책 이라며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녹색금융이 발전하려면 녹색산업이 먼저 활성화 되고 여기에 맞는 금융대출과 관련 상품을 출시해야 하지만, 명확한 출처가 없어 어떤 상품을 판매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A은행 관계자는 “정부에서 제시하는 의도는 충분히 공감이 가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우선 생각해봐야 한다”며 “일반적으로 친환경 저공해 자동차나 가스 및 수도, 전기요금을 아끼는 곳(기업)에게 금리대우를 해주고 있지만 막상 수요는 생각만큼 많지 않아 어떤 상품을 개발해야 하는지 헷갈린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녹색 관련 대출 상품을 출시하면 수요가 적어 제대로 팔리지 않는다”며 “금융 내에서 아무리 좋은 상품을 출시해도 고객이 사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정부가 금융지원을 해주는 것도 좋지만 우선 녹색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대안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B은행 관계자 역시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것은 하루 이틀 만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친환경 제품은 풍력기와 탄소배출, 태양광 등 다양한 제조업체에서 참여하고 있지만 최종 완성품을 만들기까지 약 2~3년은 걸린다”며 “정부는 먼저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이후에 기업들이 어떤 상품을 요구하고 자금을 얼마를 원하는지 조사 한 후 금융이 참여하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은 금융이 먼저 들어가고 뒤이어 기업들이 참여하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상품개발 전문가들이 말하는 지적은 결국 금융대출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출시한 금융상품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기업을 상대로 출시된 대출 상품은 일반 대출 상품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먼저 기업은행과 하나은행이 내놓은 녹색성장기업대출과 태양광발전시설대출 실적은 17일 현재 각각 5439억 원, 1830억 원이며 대출 건수는 2000건을 웃도는데 그쳤다.

국민은행이 내놓은 KB그린그로스론 판매액은 15일 현재 2021억 원, 계좌수는 164개로 저조했다.

우리은행의 ‘우리 LED론’과 ‘우리로봇시대론’, ‘우리그린솔라론’의 판매실적도 미미한 수준이다.

반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은 일정부분 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가 시장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 정책 드라이브로 추진하면서 기대만큼 큰 수요는 없다는 것이 금융계 시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녹색금융을 활성화 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필요한 정책이지만, 정부가 무작정 선진국만 따라가면 오히려 국민 세금만 낭비는 꼴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물론 아직까지는 시행 첫 단계라서 어느 정도 시행착오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작정 선진국만 따라가지 말고 우리국민 정서에 맞는 친환경 산업을 개발하고 또 여기에 맞는 녹색금융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먼저 갖춰야한다”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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