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엔비디아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 착수
드론 부품 공급도 제한하고 나서
국내 기업, 큰 타격 없지만 향후 조치 예의주시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의회에서 7일 초당적으로 발의·공표된 국방수권법(NDAA)에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를 옥죄는 내용이 포함됐다.
해당 법안은 미국 국방부와 계약한 업체들이 화웨이나 그 계열사를 대상으로 반도체와 칩 제조장비 등을 사실상 판매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NDAA는 연내 의회 휴회 전에 가결돼야 해서 현재로서는 통과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는 첨단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려는 조치 중 하나다. 법안이 가결되면 화웨이는 물론 화웨이와 접점이 있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압박이 한층 더 커지게 될 수 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이날 미국 인공지능(AI) 칩 선두기업 엔비디아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히면서 맞대응에 나섰다.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받는 대목은 엔비디아가 2020년 데이터센터 사업 강화 차원에서 사들인 이스라엘 반도체 업체 멜라녹스다. 엔비디아는 이 회사를 약 70억 달러(약 9조9900억 원)에 인수했을 당시 중국 당국으로부터 신제품을 제공한 뒤 90일 안에 경쟁사에도 정보를 제공한다는 조건부로 인수합병(M&A) 승인을 받았다. 당국은 엔비디아가 해당 조건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중국 정부는 이와 별개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방어에 필수적인 드론 부품 공급을 제한하며 미국 우회 압박에 나섰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중국 드론 제조사들의 주요 부품 대미국·유럽 수출에 제한이 걸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양국의 규제 맞불 작전은 앞으로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미국 상무부가 2일 AI 개발에 필요한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중국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하자 중국은 곧바로 3일 고성능 반도체의 핵심 원료로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 등에 대한 미국 수출을 금지했다.
컨설팅업체 트리비움차이나의 조 마주르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광물 수출 금지 조치에 대해 “이것은 중국이 지난 몇 년 동안보다 미국의 경제적 압박에 대해 더 강력하게 반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풀이했다.
한편 중국 당국의 엔비디아 조사에 대해 국내 기업들은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향후 조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한국 기업이 영향권에 계속 머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엔비디아가 중국으로 첨단 제품을 수출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제재로 인해 이미 막혀 있었다”며 “엔비디아는 레거시(구형)에 가까운 AI 가속기를 개발해서 중국에 판매하려 했으나, 최근 정부의 규제가 심해지며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중국 정부의 엔비디아 조사가 국내 기업과 직결되진 않는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