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감옥서 사라진 가족·친구 필사적으로 찾는 사람들

입력 2024-12-1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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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문 열린 악명 높은 ‘인간 도살장’
충격에 이름조차 잊은 수감자도

▲반군이 도시를 점령한 지 사흘 째 되는 10일(현지시간)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시민들이 축하하고 있다. 다마스쿠스/AP연합뉴스
▲반군이 도시를 점령한 지 사흘 째 되는 10일(현지시간)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시민들이 축하하고 있다. 다마스쿠스/AP연합뉴스

18세 시리아 소년 예만 알-에얀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한 이후 실종된 삼촌을 찾기 위해 반군이 열어놓은 감옥으로 향했다. 그의 삼촌은 무려 12년 동안이나 구금돼 있었다. 가족들이 마지막으로 삼촌의 소식을 들었던 때는 2017년이다. 예얀은 드물게 교도소 면회가 허용됐던 때를 떠올리면서 “그는 해골처럼 뼈만 남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아사드 정권의 붕괴와 독재자 도피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시리아 국민은 광장으로 달려가 축하하며 기뻐했다. 수도 다마스쿠스에서는 녹색과 검은색 깃발을 두른 여성들이 반군의 공격을 지휘한 이슬람주의 지도자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를 응원하는 구호를 외쳤다. 전사들은 하늘을 향해 무기를 발사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러한 환희의 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 수천 명의 시리아인도 있다. 그들은 필사적으로 친구와 가족을 찾기 위해 폭압의 상징이었던 감옥으로 향했다. 일부는 10여 년 전에 아사드 정권의 비밀 감옥과 고문실이라는 미로 속으로 사라졌다. 다마스쿠스 외곽에는 독재정권의 가장 악명 높은 학대 장소인 세드나야 감옥으로 향하는 도로가 수 마일 동안 교통 체증으로 막혀 있었다. 소총을 든 반군들이 즉석에서 교통 경비원 역할을 했다.

세드나야 감옥은 아사드 정권의 잔혹함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소다.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약 32km 북쪽에 있는 이곳은 ‘인간 도살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악명 높은 감옥이다. 인권단체들은 2011년 시리아 봉기가 시작된 이후 세드나야에서만 1만3000명에서 3만 명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감옥이 있다.

사람들은 세드나야에 도착했을 때 예상했던 것보다 더 끔찍한 현장을 목격했다. 텅 빈 감방에는 플라스틱병에 담긴 소변 냄새가 진동했고 구석에는 축축한 담요가 쌓여 있었다. 버려진 감방 벽에는 누군가 아랍어로 “날 데려가”라고 쓴 글자가 적혀 있었다. 한 무리의 전사들은 사형수들의 유골을 분쇄하는 데 사용됐다고 주장하는 철제 프레스를 발견했다.

몇몇은 현장에서 휴대전화 불빛을 이용해 건물 안에서 발견된 서류와 종잇조각들을 조사했다. 석방된 수감자들은 수척하고 초췌한 상태로 건물 밖으로 나왔다. 어떤 이들은 너무 큰 충격을 받아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반군은 이들을 인근 이슬람 사원에 모아 신원을 확인하려 했다.

시리아 국민은 아사드 정권이 축출됐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지만, 동시에 이들은 이제 막 그의 잔인함의 깊이를 깨닫기 시작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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