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 전보다 소폭 내렸지만
국고채 금리 등 변동성 확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주담대 금리가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이번 주 두번 째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고되는 등 정치 리스크로 채권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담대 금리가 다시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이날 기준 고정형(혼합형·주기형) 주담대 금리는 연 3.35~5.75%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연 3.396~5.85%)과 비교해 금리 상·하단이 각각 0.1%포인트(p), 0.046%p 하락했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가 떨어진 건 준거 금리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 (AAA·무보증)의 금리가 내려갔기 때문이다. 한은이 10월에 이어 지난달 2회 연속 기준금리 ‘깜짝 인하’를 단행하자 시장금리는 급락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 금리는 지난달 27일 3.092%에서 29일 2%대(2.965%)로 내려앉았다.
5대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변화가 없으면서 고정형 금리와 차이를 벌렸다. 이날 기준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58~6.68%로 고정형과 상·하단이 각각 0.93%p, 1.23%p가 차이났다.
비상 계엄령 선포 이후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출금리가 오름세로 전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국고채 금리가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는 등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고채 금리가 올라가면서 이에 연동된 은행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대출금리도 오를 수 있다.
4일 장 마감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262%로 전일 대비 0.041%p 올랐다. 5년물 역시 2.640%로, 10년물도 2.765%로 같은 기간 대비 각각 0.034%p와 0.052%p씩 상승했다.
다만, 국내 정치 불안보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영향이 더 클 것이란 견해도 있다. 유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국 불안정 상황의 지속은 채권 금리에 장기적인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금융 당국의 발 빠른 대처 등으로 국채 금리의 약세 폭은 제한되고 있으나, 환율 및 주식 시장의 반응은 정국 불안정 상황이 국내 자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난달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 폭은 눈에 띄게 둔화했지만 8개월째 확대를 유지하면서 대출 한파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1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141조4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계엄 사태 여파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로 인한 대출금리 하락 폭이 제한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채 가격이 내려가고 금리가 오르면 이에 연동된 은행채 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도 압력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