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일가, 9월 가상자산 플랫폼 설립
에릭 “의회 폭동 이후 우리 가족 가상자산 눈 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차남인 에릭 트럼프가 “아버지는 미국 역사상 암호화폐(가상자산)와 가장 친화적인 대통령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에릭은 1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가상자산 콘퍼런스 ‘비트코인 메나(MENA·중동과 북아프리카) 2024’에 참가해 “아버지가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에릭이 이 행사에 참여한 것은 트럼프 일가가 올해 9월 만든 가상자산 플랫폼 업체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중동 특사로 지명한 스티브 위트코프도 이날 연사로 나왔다.
그는 “차기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 친가상자산 인사로 알려진 폴 앳킨스 전 SEC 위원이 지명된 후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 선을 넘어서자 아버지에게 축하 전화를 걸었다”고 언급했다.
2016년 트럼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으며 올해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 지명 전당대회에서는 전체 기획을 맡았던 폴 매나포트도 이날 콘퍼런스에 연사로 나서 “앞으로 많은 흥미로운 일이 있을 것”이라며 “여러분이 비트코인 가격 10만 달러에 기뻐했는데 조만간 훨씬 더 높은 가격을 축하하게 될 것”이라고 가상자산의 미래를 낙관했다.
NYT는 에릭의 발언과 관련해 “트럼프 당선인이 1기 재임 때보다 ‘이해 충돌’ 논란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1기 재임 시절 트럼프는 자신과 가족 사업을 정부 업무와 분리하겠다고 공언했다.
2021년 1월 미국 의회의사당 폭동이 발생한 후 JP모건체이스를 비롯한 주요 금융기관이 트럼프 일가와 거래를 제한하면서 트럼프와 그 가족들이 가상자산에 관심을 두게 됐다.
에릭은 “우리 일가와 회사가 공격받았다”라며 “시스템이 정말 악의적이고, 우리를 지옥으로 몰아넣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당시 금융권의 압박을 겪으면서 가상자산 산업에 눈을 뜨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친화적인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전날까지 미국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로 유입된 자금은 100억 달러(약 14조347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록과 피델리티 등 12개 펀드 발행사의 비트코인 직접 투자 ETF 운용자산은 총 1130억 달러에 이른다.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디지털 자산에 대한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가상자산 업계가 대선 운동 기간에 자신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자 이에 호응했다.
그는 가상자산 규제 완화 이외에도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원유나 희토류처럼 '전략비축' 품목으로 지정해 사들이는 방안도 공약으로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