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는 지금 재건축 ‘별들의 전쟁’ 중… 강남3구 ‘왕좌’ 앉을까

입력 2024-12-1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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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부터 정부가 강력한 대출 조이기에 나서며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 찬바람이 부는 가운데 송파구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가 곳곳에서 재건축 급물살을 타며 몸값을 올리고 있어서다.

11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은 연내 통합심의 신청에 나설 예정이다. 교통영향평가와 건축·경관 심의, 각종 영향평가 등을 한 번에 처리하는 절차다. 심의 통과 시 내년 중으로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을 준비할 수 있을 전망이다.

1978년 준공된 이 단지는 올 9월 서울시가 정비계획 결정안을 고시하며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30개 동, 3930가구를 최고 70층, 6491가구(공공주택 811가구)로 탈바꿈한다. 1996년 재건축의 첫발을 뗐지만, 학교 부지 문제로 약 10년 동안 사업시행계획을 인가받지 못했다. 지연되던 사업은 올 초 서울시의 도움을 받아 일단락됐다.

지하철 2호선 잠실역이 걸어서 5분 거리고 쇼핑몰, 백화점, 석촌호수 등이 가깝다는 입지적 장점이 있다. 용적률이 138%로 낮은 편이라 재건축 시 동일 평형을 선택할 경우 분담금을 내는 게 아니라 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잠잠했던 투자 수요도 빠른 속도로 몰리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잠실주공 5단지에선 지난 달에만 총 13건의 거래가 이뤄지며 서울에서 가장 거래량이 많은 아파트에 이름을 올렸다. 신고가도 속출했다.

지난달 26일 전용 76㎡는 29억8700만 원(11층)에 손바뀜하며 2021년 11월 직전 최고가(28억7000만 원, 9층)보다 1억 원 이상 올랐다. 같은 달 전용 81㎡와 82㎡도 각각 30억4590만 원(9층), 33억7500만 원(8층)도 신고가를 갱신했다.

최근 대출 규제로 인해 전반적으로 주춤해진 서울 아파트 가격 흐름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2일 기준) 송파구 아파트값 변동률은 0.03%로, 10월 마지막 주0.09%)보다 0.06%포인트(p) 하향 조정됐다.

실제로 잠실주공 5단지 인근 ‘파크리오’ 전용 84㎡는 지난달 21억9000만 원(3층)에 팔렸다. 이는 전월 기록한 신고가 25억7000만 원(23층)과 비교할 때 약 14%(3억8000만 원) 빠졌다.

잠실동 뿐 아니라 문정동, 방이동, 신천동 등에서도 본격적인 재건축 막이 올랐다. 올림픽훼밀리타운(4494가구)은 지난해 말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신청 1년여 만에 정비계획 열람이 공고됐다. 최고 26층, 6620가구 규모로 재건축 예정이다.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는 7월 송파구에 정비계획 입안 동의서를 제출했다. 대지면적 66만2196㎡, 총 122개 동 5540가구의 대단지다. 재건축 시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의 뒤를 잇는 대어가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1356가구 규모의 아시아선수촌아파트는 지난해 11월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전환되며 상가를 포함한 주상복합으로 재건축이 가능해졌다. 세 아파트는 송파구를 대표하는 노후 대단지다. 이른바 ‘올림픽 3대장’이라고도 불린다. 모두 재건축되면 1만 가구 이상의 ‘미니 신도시’가 탄생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잠실우성1·2·3차는 시공사 선정 중이다. 9월 첫 번째 입찰에선 GS건설만 참여하며 유찰됐으나, 두 번째 입찰을 앞두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도 추가로 관심을 보이며 경쟁 구도 형성 가능성이 커졌다.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장미1·2·3차는 신통기획을 통해 사업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송파구청에 최고 49층, 4800가구로의 재건축을 추진하겠다는 정비계획 변경안 입안 접수를 마쳤다.

업계에선 송파구 노후 단지가 전반적으로 재건축 되면 압구정과 여의도에 버금가는 ‘대장주’ 밀집 지역이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잠실주공 5단지 등 사업성이 높은 단지는 일반분양 시 분양가를 인근 단지보다 높게 설정하더라도 입지가 워낙 좋아 수요가 몰려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재건축을 추진하는 다수 단지 집값이 이미 전고점을 넘어선 탓에 수요가 분산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잠실보다 비용을 소폭 더 투자해 방배동, 압구정동 등으로 바로 진입하려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정보현 NH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잠실 일부 단지는 강남, 서초 아파트보다 시세가 높게 형성된 상황”이라며 “신축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재 주택시장 흐름을 고려하면 입지가 양호한 다른 지역 신축으로도 수요가 흩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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