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권고치는 상회했지만
4대 은행 NSFR 작년 대비 0.26%p↓
은행채 금리까지 상승하며 악재↑
국내 시중은행들의 자금조달 능력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조달에 실패한 기업들이 은행으로 몰려오면서 국내은행의 원화 중·장기유동성비율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탄핵 정국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연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은행의 자금조달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크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9월 말 평균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은 112.76%로 1년 전(113.02%)보다 0.26%포인트(p) 낮아졌다.
은행의 중·장기유동성을 평가하는 NSFR은 단기 자금 의존과 자금조달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NSFR은 향후 1년간 신뢰할 수 있는 자금조달인 ‘안정자금가용금액(ASF)’을 향후 1년 내 유출 가능성이 큰 부채규모인 ‘안정자금조달필요금액(RSF)’으로 나눠 산출한다. NSFR이 하락했다는 것은 은행들의 중·장기 유동성 비율이 나빠지고 있다는 얘기다.
4대 은행의 NSFR은 모두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00%를 웃돌았지만, 은행별로 추세 편차를 보였다. 9월 말 기준 KB국민은행의 NSFR은 117.70%로 전년 동기(116.07%) 대비 1.63%p 올랐으며,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0.24%p 상승한 111.83%로 뒤를 이었다.
반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NSFR은 하락했다. 신한은행은 111.86%를 기록해 1년 전(113.19%)보다 1.33%p 떨어졌고, 하나은행은 1.59%p 낮아진 109.64%로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110%를 밑돌았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ASF보다 RSF가 더 큰 폭으로 늘어난 점이 NSFR 하락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국내 시중은행은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원화대출이 급증했다.
9월 말 기준 신한은행의 안정자금가용금액은 328조4835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301조215억 원) 대비 9.12% 증가했다. 반면 안정자금조달필요금액은 265조9531억 원에서 293조6656억 원으로 10.42% 불어났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 안정자금이용금액은 2.24% 증가할 때 안정자금조달필요금액은 3.73% 늘어났다. 금리 변동성이 심해지며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기업들이 은행대출을 크게 늘린 영향이다.
은행들은 중·장기유동성비율을 관리하고자 4분기 들어서 은행채 발행 규모도 늘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월부터 이달 10일까지(영업일 기준) 은행들의 은행채 발행액은 61조217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8조5600억 원)보다 2조6570억 원 증가했다.
문제는 최근 탄핵 정국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연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은행의 자금조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이다.
최근 은행의 대표적 자금조달 수단 중 하나인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서 자금 확보가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이달 3~4일 비상계엄 선포·해제 이후 오른 은행채 금리는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폐기 등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 신인도가 하락해 국채금리가 상승할 경우 이를 반영해 산정되는 은행채 금리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시장변동이 우려되고 은행채 금리가 반등할 수 있어 다양한 조달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