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호 CJ제일제당·이경후 CJ ENM 나눠 그룹 미션 수행
이재현-이미경 남매의 CJ그룹 경영 구도가 이선호-이경후 남매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장녀인 이미경 부회장은 자식이 없어, CJ 오너가 3세 경영은 이 명예회장의 장남 이재현 회장의 자녀로 되물림 되고 있는 것이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주력 기업인 CJ올리브영을 통해 승계 작업을 밟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오너 3세 이선호-이경후 남매가 함께 지분을 갖고 있는 유일한 계열사다.
CJ올리브영은 법인설립 이후 올해 처음 배당 규모를 축소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승계에 속도를 내며 남매 경영 구도가 확고해질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배당을 줄이면 미처분 이익잉여금이 늘어 기업의 순자산 가치가 증가하고, 자산 가치가 증가하면 주식 가치가 상승해 승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CJ제일제당 등 식품사 중심으로 그룹을 총괄하고 이미경 부회장이 엔터테인먼트사 중심의 CJ ENM을 맡고 있는 형태다. 이 구도는 오너 3세로 이어지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슬하에 1남 1녀를 뒀는데,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과 장녀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이 각각 경영 수업 중이다.
이재현 회장은 2030년까지 3개 이상 사업에서 세계 1등을 이루는 ‘2030 월드베스트 CJ’를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컬처(문화) △플랫폼 △웰니스(건강) △서스테이너빌러티(지속가능성)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가장 투자가 많이 이뤄지는 분야는 컬처로 12조 원 이상이 투입된다. 컬처에 속하는 대표 사업은 K푸드와 K콘텐츠로, 각각 CJ제일제당과 CJ ENM이 중심을 이룬다. 이선호-이경후 남매가 재직하고 있는 핵심 계열사다.
CJ제일제당은 현재 바이오 사업을 매각을 검토 중이다. 바이오 사업은 식품과 함께 CJ제일제당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핵심 축이다. 과거에도 CJ헬스케어를 매각하고 미국 식품업체 슈완스컴퍼니를 인수한 CJ제일제당이 바이오 사업을 정리하면서 식품 사업에 더욱 힘을 실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로 인해 향후 이선호 실장의 역할이 더 커질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선호 실장은 비비고 브랜드 성장 등 ‘K푸드 세계화’라는 과제를 맡았다”며 “바이오 사업을 정리하면 식품 전략 컨트롤타워를 지휘하는 이 실장이 인수합병(M&A) 등 경영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옵션이 다양해진다”고 분석했다.
이경후 실장은 고모인 이미경 부회장와 같은 길을 밟고 있다. CJ 지주사 기획팀, CJ오쇼핑 상품개발본부 방송기획팀, CJ 미국지역본부 통합마케팅 등을 거쳐 CJ ENM에서 브랜드전략실장과 음악콘텐츠사업본부 최고창작책임자를 겸직하고 있다.
음악콘텐츠 사업은 CJ ENM 엔터테인먼트 실적의 핵심이다. 3분기 매출 1827억 원, 영업이익 24억 원을 기록해 영화드라마 부문의 부진을 상쇄했다. 이경후 실장은 ‘2021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에도 참석하는 등 커머스보다는 엔터업계에서 활동해왔다. 엠넷 어워즈는 이미경 부회장이 직접 기획을 주도한 행사이기도 하다.
이경후 실장의 영향력은 남편의 승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실장의 남편 정종환 CJ ENM 글로벌사업 총괄은 2019년 부사장 대우로 고속 승진했고, 2024년 그룹 정기 인사에서 CJ ENM에 합류해 아내 입지에 힘을 싣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CJ그룹은 남매 경영의 모범사례”라며 “승계 작업 마무리 되면 아버지의 대를 이어 남매 경영이 무리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