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주의, 경제 뒤흔들라
미국 경제는 강하다. 1인당 실질소득이 미국보다 더 높은 서방 국가들도 몇 개 있다. 하지만 국가 규모가 큰 고소득 국가에 한정했을 때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 평균은 미국보다 낮다. 게다가 이러한 나라들은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미국에 더욱 뒤처지고 있다. 지난해 독일의 1인당 실질 GDP는 미국의 84%로, 2000년의 92%에서 낮아졌다. 영국은 미국의 73%로 2000년의 82%에서 하락했다.
미국 경제는 다른 고소득 국가들보다 훨씬 더 혁신적이었다.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이자 이탈리아 총재를 역임한 마리오 드라기는 최근 작성한 유럽연합(EU) 경쟁력 보고서에서 “미국 기업들은 유럽 기업들보다 시가총액이 훨씬 클 뿐만 아니라 디지털 경제에 훨씬 더 많이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사추세츠주공과대학(MIT) 슬론스쿨의 수석 연구 과학자 앤드루 맥아피는 “미국에는 처음부터 창업한 유망한 스타트업이 많고 다양성이 풍부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잘 나가는 경제와 달리 사회 병리적 증상 또한 각종 지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2021년 미국의 살인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6.8명으로 영국의 6배, 일본의 30배에 달한다. 미국의 수감률은 엘살바도르, 쿠바, 르완다, 투르크메니스탄에 이어 세계 5위다.
국민 복지를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지표인 평균수명은 79.5세로 예측된다. 세계 48위다. 영국(81.5세), 프랑스(83.5세), 이탈리아(83.9세) 등 기타 유럽 국가 대비 낮다. 그러면서도 GDP 대비 의료비는 다른 어떠한 나라보다 훨씬 더 많이 지출하고 있다. 미국은 GDP의 약 17%를 의료비로 지출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형편없다.
유럽에서는 미국의 이러한 사회적 병리 현상이 경제 역동성을 위해 필요한 대가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유럽인들은 현재 추구하는 기술적으로 역동적인 사회가 미국처럼 거칠고 약육강식의 개인주의를 필요로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미국의 혁신 경제가 조화롭고 건강한 사회로 연결되지 않은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국제 경쟁력이 높고 높은 복지로 국민 행복 지수가 높은 덴마크의 사례도 있다. 거대한 시장 규모,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 높은 과학 기술력, 양질의 이민자를 끌어들이는 매력이 미국의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FT는 이와 관련해 “미국의 번영과 강대국을 지탱해 온 것은 법치, 정치적 안정, 많은 차이에도 존재하는 국민적 일체감, 표현의 자유, 그리고 과학적 우수성이었다”며 “하지만 최근 미국을 뒤흔든 ‘트럼프주의’가 미국 경제라는 금싸라기 나무를 죽이는 것은 아닐지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번영과 강대국을 지탱해 온 것은 법치, 정치적 안정, 많은 차이에도 불구한 국민적 일체감, 표현의 자유, 그리고 과학적 우수성이었다”며 “하지만 최근 미국을 뒤흔든 ‘트럼프 주의’가 미국 경제라는 금싸라기 나무를 죽이는 것은 아닐지 의문이 생긴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