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접어든다. 노인 인구 1000만 시대를 앞둔 시점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노인자살률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노인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는 12일 ‘천만 노인 시대의 정신건강 문제, 해법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제40회 고령사회포럼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올해 10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10만 명 당 자살자 수는 27.33명이다. 연령대로 살펴보면 80대 이상이 59.4명으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2013년 80세 이상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당 94.7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감소하고 있지만, 노인 자살률을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42.2명으로 OECD 평균(16.6명)과 비교해 2.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손상준 아주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수원시노인정신건강복지센터장)는 노인의 건강 문제 해결을 위해선 개별적으로 맞춤형 목표를 세워야 하다고 조언했다.
손 교수는 “센터에서 우울증 예방 프로그램인 ‘금메달’을 운영 중이다. 영양 상태, 신체 운동, 정서, 사회활동 증진 등 4가지 영역에서 목표를 세우고 12주간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세운 목표를 달성하면 금메달을 증정하고 있다. 틀에 맞춰서 적용하기보다는 어르신 상황에 맞게 개별적으로 목표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손 교수는 “금메달 프로그램이 일반적인 우울증 예방 프로그램보다 유의미한 우울증 증진 효과가 관찰됐다. 근거 기반 노인정신건강 서비스 기틀을 마련해 여러 기관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보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6·25전쟁 전후 세대의 경우 학력 수준과 경제력, 삶의 만족도에 대한 니즈가 달라 이를 고려한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여러 지역사회 자원과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60세 이상의 사회적 고립도는 40.7%로 19~29세 24.5%의 약 2배 수준” 정부의 개입도 중요하지만, 개인도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고립도는 몸이 아파서 집안일을 부탁하거나 낙심·우울한 상황에 이야기할 상대가 없는 경우에 도움받을 사람이 없는 비율을 뜻한다.
노년의 경우 낮은 임금, 배우자의 사망, 사회적 네트워크의 감소, 신체 기능 저하, 가족 안에서의 역할 변화 등으로 고립되고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 교수는 “외로움은 신체와 심리적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심장병, 중풍 등으로 신체적인 위험을 겪을 수 있으며 동시에 인지저하, 치매, 우울, 자살 생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립과 외로움은 생애 주기에 따라 발생 원인과 욕구가 다른 만큼 각 연령대에 맞는 개입이 필요하고, 개인 스스로도 외롭고 고립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정 교수는 “세대 간 소통 프로그램을 만들어 세대갈등을 줄이고 지역사회 수준에서 사회적 연결을 강화할 수 있는 ‘공동체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노용균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 회장(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우리나라 노인의 경우 질병과 빈곤, 사회적 고립 등 삼중고를 겪는다고 이야기한다”면서 “지역 내에서 사회적 고립이나 우울한 노인을 잘 찾아내고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해 관리하고 돕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