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출범 대미 협상력 우려
1400원대 고환율로 원자재 비용↑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에서 가결된 가운데 완성차·타이어업계를 비롯한 항공업계도 향후 정국 상황에 대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각 기업들은 내년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을 내세우는 동시에 최근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14일 완성차ㆍ타이어업계를 비롯한 항공업계는 계엄ㆍ탄핵 정국 이후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국 혼란으로 인해 환율 급등, 노조 파업 등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만큼 이를 타개할 수 있는 해결책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내년 사업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다음 주 초까지 한국 법인을 비롯해 북미·유럽·중남미·중국 등 권역 본부장이 참석하는 회의를 진행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회의를 통해 올해 사업계획 점검, 내년 계획 검토, 권역별 상황 공유 등을 논의하면서 탄핵 정국 혼란 대응책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대응책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탄핵안 가결 이후 정부가 사실상 국정 동력을 상실함에 따라 대미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내년 1월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 내에서 생산한 배터리와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진행할 물밑협상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우리나라 경제의 국가 신인도 하락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 노조들의 움직임도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 현대차지부와 한국지엠지부는 5~6일 이틀간 부분파업을 벌였고, 11일에는 기아차지부가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당시 현대차그룹에서는 하루 약 2000대 안팎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와 타이어업계는 최근 급등한 환율로 인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발(發) 달러 강세에 더해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은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1440원대까지 올랐다가 현재 1430원대 정도로 유지되고 있다. 탄핵안 통과 이후로도 정국 혼란은 이어지고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남은 만큼 고환율이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고환율 기조는 항공업계에는 크나큰 악재다. 항공업계는 항공기 리스비, 연료비 등 대부분 고정비용을 달러로 지출한다. 대한항공은 올해 3분기 기준 순외화부채는 33억 달러로 환율이 10원 변동할 때 약 330억 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향후 환율 변동 시 파생상품 등을 통한 헷지 거래를 통해서 손익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타이어업계에서도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내년 사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타이어 3사는 타이어의 원재료인 천연고무, 카본블랙 등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타이어 3사는 보통 70% 정도가 해외 매출이므로 단기간에는 환차익으로 인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라면서도 “고환율이 장기화된다면 원재료, 해상 운임 비용도 다 오를 가능성이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