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집회 능력자?…K팝 팬들이 탄핵 시위서 강했던 이유 [요즘, 이거]

입력 2024-12-1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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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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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소중한 빛을 가지고 왔어요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요구하는 시위 현장은 다양한 빛이 모인 공연장을 연상케 했는데요. 실제 K팝 공연장에서 사용하는 응원봉이 실제로 등장했기 때문이죠.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현장에 세계가 놀란 응원봉이 함께한 건데요. 응원봉은 세계 각국 투어 중인 K팝 가수 공연의 필수품이죠. 방탄소년단(BTS)의 2018-2019년 세계 투어 당시 외신들은 노래에 맞춰 색이 변하는 응원봉에 놀랐는데요. 공연을 완성하는 한 축이었다고 말입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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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응원봉이 집회·시위 현장에서도 그 역할을 톡톡히 했는데요. 이제는 집회를 완성하는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죠. AFP통신은 “K팝이 흘러나오는 시위 현장에는 참가자들이 즐겁게 뛰어다니고, 다양한 응원봉과 LED 촛불을 흔들면서 마치 댄스파티를 떠올리게 했다”고 언급하며 놀라워했습니다.

집회 현장에서 응원봉이 등장하는 것이 알맞냐는 목소리도 나왔는데요.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는 자리에서 조금 가벼워 보인다는 의견이었죠. 그런데 말입니다. K팝 팬들에게 응원봉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닌데요.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 존재죠. 블루투스 연동이 되는 그 응원봉은 5만 원 전후로 가격이 책정돼 있는데요. 때마다 새 버전으로 리뉴얼돼 또 구입해야 하는 참 비싼 존재입니다. 가격이 있는 데다가 혹여나 흠집이 날까 봐, 먼지가 묻을까 봐, 포장지로 곱게 싸놓고 보관하던 귀한 물건을 바로 시위 현장에 들고나온 거죠.

그렇기에 이 K팝 팬이자 집회참가자는 “가진 것 중에 가장 빛나고 꺼지지 않는 것을 들고 나왔다”고 표현한 겁니다. 물론 촛불 대신 안전하고 밝은 빛을 내는 점도 큰 이유였죠. 응원봉이 가득한 현장이란 것은 바로 K팝을 사랑하는 2030 젊은이들(물론 100% 이 나이대는 아님)이 대거 참여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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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탄핵소추안 표결 전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에는 각각 탄핵 찬성과 반대의 뜻을 가진 시민들이 모여 표결을 지켜봤는데요. 여의도 국회 앞에는 ‘탄핵 찬성’을 외치며 경찰 비공식 추산 약 10만2000명(최대 15만9000명), 주최 측 추산 약 100만 명에 달하는 인원이 몰렸습니다. ‘탄핵 반대’를 외치는 시위 인파도 광화문에 집결했죠. 이곳도 경찰 비공식 추산 2만 명, 주최 측 추산은 100만 명이 운집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파가 늘면서 세종대로 9개 차로 중 7개 차로로 집회 장소가 확장됐습니다.

앞서 말한 응원봉은 여의도에서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응원봉을 든 K팝 팬들의 마음은 국회 앞으로 향한 거죠. 거기다 다양한 응원봉이 한데 모인 만큼 ‘MAMA(마마 어워즈, CJ ENM이 주최하는 음악 시상식) in 국회’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는데요. 이렇게 팬덤 대통합을 이룬 셈이죠.

이번 집회에는 선결제 응원과 ‘해학의 민족’을 그대로 보여준 다양한 깃발들이 이슈가 됐는데요. 그와 함께 응원봉을 든 K팝 팬들의 ‘경력직’ 평가도 화제가 됐죠.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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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는데 알고 보니 능력자라는 이야기인데요. K팝 팬들도 새삼 ‘팬질(팬으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일) 경력’이 이렇게 발휘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을 내놨습니다. 그간 팬질로 다져진 여러 상황 파악 능력과 장기(?)들이 집회 현장에 그야말로 찰떡이었는데요.

먼저 추운 날 장기대기라는 그 어려운 일이 K팝 팬들에게는 너무나 일상적이었습니다. 공연 등도 매번 3시간 정도 일찍 와서 표를 받고 대기하는 데다 각종 행사가 있으면 하루 전에 와서 줄 서서 기다리는 일이 흔했죠. 거기다 시상식은 대부분 겨울에 진행되기 때문에 타 팬들과 함께 입장시간 한 참전부터 늘어선 줄에 대기하는 것 또한 ‘매번 해왔던 일’이었습니다. 내가 서 있을 곳, 앉아있을 곳만 제공해 준다면 ‘인내심’ 있게 기다리는 건 직업과도 같았는데요.

공연장이 스탠딩도 많았기 때문에 ‘스탠딩 대기’와 ‘다인원 행렬’도 익숙했죠. 심지어는 키가 작아 벌어지는 불편함을 극복하고자 힐을 신고 하루 이상 대기하는 것도 해봤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거기다 다년간의 떼창으로 단련된 ‘목청 응원’은 시위 구호 외침 때 빛을 발했죠. 호응 또한 뛰어났는데요. 집회 사회자의 발언에 모두 반응하며 격한 리액션을 선보였습니다. 인원을 체킹하는 과정도 그저 식은 죽 먹기였는데요. 몇십만 명의 본인확인 과정은 그저 이들에겐 당연한 코스였습니다.

거기다 설사 집회 상황으로 갑자기 ‘원하지 않는 이동’이나 ‘격한 이끌림’을 당하더라도 결코 당황하지 않았는데요. 요즘은 팬들에 대한 태도가 많이 유해졌지만, 경호원들의 인권 유린(?)을 무시로 당했기에 그저 작은 이슈로 넘길 수 있게 된 팬들이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집회에 특화된 인재들이 아닐 수 없는데요. 자신들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한 기분이라며, 이 어지러운 상황을 이겨내는 그들이었습니다. K팝 팬이 아닌 이들도 응원봉을 사게 만드는 힘을 보여줬죠.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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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두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윤 대통령은 12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는데요. 윤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라며 야당의 그간 행동을 비난하고 나섰죠. 거기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법 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덧붙였는데요. 의견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계엄선포라는 극단적 행위를 할 수밖에 몰고 간 야당의 행태를 비판하며 ‘탄핵 반대’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견과 끝까지 아무 잘못이 없다는 태도는 집회 참여 의지를 더 불태우게 한다는 의견으로 극명하게 나뉘었습니다.

어느 쪽이든 영하의 날씨 속에 주말 밤을 불태울 전망인데요. 이번에는 또 어떤 다양한 ‘해학’들이 시위 현장의 또 다른 이슈로 떠오를까요? 그리고 이 ‘집회 특화 인재들’은 어떤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될까요? 토요일 밤이 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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