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으로 동력 잃을 우려…2016년에도 구조조정 흐지부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어려움을 겪는 석유화학·철강업계가 탄핵 가결로 불확실성은 해소했지만 앞으로 닥칠 불확실성은 넘어야할 과제로 남게 됐다. 업계는 정부 주도의 산업 재편과 관세 등의 보호책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당분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4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석유화학업계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발표가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나왔지만, 정부는 예정대로 지원책을 내놓기로 했다.
해당 대책에는 정책금융 지원, 주요 원재료 관세 인하, 세제 혜택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만약 석유화학 기업이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을 적용받게 되면 이사회 승인만으로 간이·소규모 합병이 가능하고, 주식 교환 시 과세가 이연돼 업계의 구조조정이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8월 기활법 기준을 완화하고, 최근 4개 분기와 과거 20개 분기를 비교하는 방식을 추가했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의 석유화학 부문은 올해 3분기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정부는 4월 업계와 협의체를 구성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을 논의해왔다. 적극적인 기업 결합과 고부가가치 포트폴리오 전환을 통해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일본의 사례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주목받았다.
저가 제품으로 수익성에 영향을 받고 있는 철강업계 역시 정부의 관세 카드를 기다리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2일 베트남산 냉간압연에 대해 행정예고가 끝나는 대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는 7월 현대제철이 제소한 중국산 저가 후판에 대한 반덤핑 예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종 결정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 전에 잠정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탄핵 정국이 본격화하면 이 같은 정부 주도 정책들이 추진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6년에도 정부는 9월과 10월에 걸쳐 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는데, 그해 12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구조조정이 흐지부지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탄핵을 당해도 국정이 완전 마비되는 건 아니지만 과거 사례 등을 보면 정국 혼란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책이 힘을 잃은 경우가 많다”라며 “정부도 이 시점에 강력한 대책을 내놓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